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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너레이션 뉴파워] ⑩ 삼성家의 딸들

최종수정 2007.07.09 08:08 기사입력 2007.07.0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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男못지 않는 경영행보 '女風당당'

"삼성가의 힘은 단순히 삼성그룹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삼성에서 분리된 CJ, 신세계, 한솔 등 범(凡) 삼성가의 저력을 빼놓고 삼성을 논할 수 없다. 이 가운데 신세계와 한솔은 이명희 회장(이건희 회장의 여동생)과 이인희 고문(이건희 회장의 누나)이 사실상 그룹을 총괄하며 재계의 중진으로 키웠다는 데 이견이 없다. 그만큼 삼성가에서 여성의 경영능력은 무시 못할 수준에 올라 있다. 여성의 경영 참여를 극도로 제한하는 다른 재벌가의 전통과 견주어 볼 때 상당히 파격적인 가풍(家風)이라 볼 수 있다."

한 전직 삼성그룹 고위 임원은 "호암(고 이병철 창업주)은 자녀의 성(性)에 따르기보다는 경영자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지 여부를 먼저 따져 기업을 승계시켰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3남임에도 불구하고 이건희 회장이 삼성을 승계받을 수 있었던 까닭도 호암의 '능력을 중시하는 후계자론'이 밑받침됐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  "여성도 당당한 경영자"

여성을 중시하는 삼성가의 전통은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에게도 이어진다. 이 회장은 슬하에 1남 3녀를 뒀는데, 막내인 윤형(사망)씨를 제외하곤 두 딸 모두 삼성 계열사의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장녀인 부진씨는 연세대 교육학과를 나와 지난 1995년 삼성복지재단 기획지원팀에 입사하면서 삼성과 인연을 맺었다. 이어 삼성전자 전략기획팀 과장과 해외인력관리팀 차장을 거쳤다. 지난 2001년 8월 호텔신라 기획부 부장으로 호텔경영에 참여해 3년만인 2004년 1월에 경영전략담당 상무보로 임원이 됐다. 이어 1년 후인 2005년 1월에 상무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으로 신라호텔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차녀인 서현씨도 서울예술고를 나온 뒤 지난 1996년 뉴욕의 디자인 명문 파슨스 스쿨을 졸업했다. 일본 게이오대학 일본어 연수과정을 거쳐 지난 2002년 제일모직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했다. 3년 만인 2005년에 패션부문 기획담당 상무보로 승진해 패션부분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삼성에선 이재용 전무와 마찬가지로 두 딸들의 경영 행보에 대한 노출을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 오너가의 프리미엄으로 30대에 임원을 다는 등 사실상 경영자로서의 길을 걷는데 대한 외부의 비판적인 시각을 의식해서다. 특히 두 딸에 대한 관리도 각각 몸 담고 있는 신라호텔이나 제일모직에서 하기보다는 그룹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 회장의 두 딸들에 대한 정보는 이재용 전무 이상으로 외부에 노출된 적이 거의 없다. 

하지만 최근 들어 두 딸의 적극적인 경영행보가 감지되고 있다. 이부진 상무는 지난해 신라호텔의 리모델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한데 이어 지난달 말 신라호텔이 인천공항 면세점 운영사업자로 최종 선정되기까지 전 과정에 깊숙이 관여하며 경영인으로서의 능력을 처음으로 대내외에 입증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 상무가 진두지휘했던 리모델링은 10년 동안 보류됐던 것이나, 이 상무의 드라이브로 279억원을 쏟아 부으며 전격적으로 시작됐다. 5개월간의 공사로 연회장 문도 닫았다. 지난해 영업이익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공사로 인한 영업 공백이었을 정도로 단기적인 타격이 컸지만 이 상무는 뚝심으로 끌고 나갔다.

오너 일가가 아니고선 쉽게 추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 이 상무는 당시 신라호텔 레스토랑인 파크뷰, 라이브러리, 카페 등 인테리어 컨셉트부터 공사까지 꼼꼼히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호텔 내부에선 이미 이 상무를 오너 경영인으로 여기고 있는 상황이고, 이 상무가 이동할 때는 최소한 수행인원 2명이 따라붙으며 관리를 하고 있다고 호텔 관계자가 전했다.

면세점 사업도 마찬가지다. 이 상무는 평소에 재벌가 딸들과 마찬가지로 명품사업에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면세점사업은 바로 명품사업의 안방과도 같다. 이 상무는 그동안 라이벌인 롯데호텔이 인천공항, 백화점 등에서 면세점 사업을 벌이는 것과 달리 신라호텔 이외에는 면세점을 갖고 있지 않아 사업 확장에 큰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신라호텔의 면세점 사업 매출은 연간 2670억원 규모로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핵심사업이다. 지난해 10월 프랑스 칸에서 열린 세계 면세점 박람회에 신라호텔 면세점 관계자들을 대동하고 비밀리에 방문한 것도 이 상무의 면세점 사업에 대한 애착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다. 이 상무는 인천국제공항 개항 당시 불확실한 사업성 때문에 입찰을 포기한 전력이 있지만 이번에는 꼭 들어가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  이부진 상무 vs 이서현 상무보

이부진 상무가 구체적인 경영실적을 보이는 것과 달리 이서현 제일모직 상무보는  '정중동(精中動)'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어려서부터 문화예술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이 상무보는 미국 뉴욕의 다자인 명문 파슨스 스쿨에 다니면서 의류, 액세서리 등 패션사업에 집중하게 됐다. 제일모직에서도 전체 사업부 가운데 43%가 넘는 케미컬 사업부문보다는 패션사업부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공식적으로 해외 네트워크 관리와 패션부문 기획 총괄을 맡고 있는데 특히 패션 부문에서는 이 상무보의 결재 없이는 제품이 출시되지 못할 정도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부진 상무의 남편인 임우재씨가 삼성전기 상무로 근무하는 것과 달리 이 상무보의 남편인 김재열(동아일보 김병관 명예회장의 아들)씨는 제일모직 경영기획담당 상무로 회사 전체의 경영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이들 두 자매는 지난 2~3년 사이에 임원 승진과 함께 본격적으로 경영에 참여했다. 아직 경영 능력을 논하기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있지만 각 회사의 매출은 매년 상승하고 있다. 

신라호텔의 경우 장기간의 호텔 리모델링으로 영업에 큰 지장을 받았던 지난해를 제외하곤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제일모직의 성장세는 더욱 뚜렷하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매출액이 2조8438억원으로 전년보다 8.14% 증가했다. 영업이익도 2290억원으로 전년보다 19%나 증가했다.

하지만 이명희 회장이 백화점과 호텔을, 이인희 고문이 제지회사를 갖고 분가 했듯이 이재용 전무가 삼성그룹을 승계받게 되면 두 딸들의 독립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어서 이들의 행보도 큰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이규성 기자 bobos@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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