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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소설/환락의 도시] 밤의 천사들 <22>

최종수정 2007.07.04 15:20 기사입력 2007.07.04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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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장, 박 이사 좀 내방으로 오라고 그래라"

잠시 후에 박이사가 동균이 방으로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응, 잠깐 앉지,"

"박이사 동남 패션 알지? 수입의류 취급하는 회사 말이야?"

"그럼요,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아마 오후에 자금 때문에 사무실에 들어 올 거야, 그러면 박이사가 상담을 잘 해봐?"

"네, 알겠습니다."

박이사는 사십이 조금 넘었다.

얼굴도 곱상하고 말 수단이 아주 좋으며 사기성 기질도 다분해 상담을 하면 넘어가지 않은 사람이 없다.

"사장님 여자 손님이 찾아 오셨습니다."

인터폰 스피커에서 미스 장 목소리가 들렸다.

"그래, 내 방으로 모셔라."

미스장 안내로 방으로 들어온 여자를 보는 순간 동균이 눈은 휘둥그레졌다.

너무나 미인이었다.

까만 바지에 한얀 반팔티를 입었는데 이태리 유명 브랜드 상표가 붙어있었고 얼굴과 몸매에 아주 잘 어울릴 정도로 부티가 흘렀다.

진영선이가 보내서 왔다며 하얀이를 들어 낸 얼굴은 이혼녀라고 하기엔 너무나 밝아보였다.

분명 41세라고 했었는데 30대 초반 밖에 보이질 않았다.

"안녕하세요. 전 문 지미라고 합니다."

"네, 문지기요?"

"호호, 지기가 아니라 지미에요."

밝게 웃는 얼굴 양 볼에 보조개가 또렷하게 들어가 깜찍한 미인이다.

   
 

동균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뛰었다.

이런 미인하고 마주 앉아 얘기 해보 것만으로도 긴장 되었던 것이다.

그녀는 부유층 가정에서 자라 서울 명문 미대를 졸업하고 프랑스 유학까지 갔다 왔다고 했다.

자기소개를 끝내고 커피 잔을 들어 입에 갔다 댔다.

"현재 돌릴 수 있는 자금은 얼마나 됩니까?"

동균은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긴장 된 자신의 모습을 감추려는 것이다.

"20억 정도는 가능합니다."

"음, 20억이라."

사채시장에서 20억 정도는 돈 측에도 끼지 못할 정도로 적은 자금이다.

부도 몇 건만 맞게 되면 20억은 숨도 한번 크게 못 쉬어보고 날아 가버린다.

적은 자본가지고 사채시장에 뛰어들어 쪽박 찬 전주들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에 항상 위험이 따르게 된다.

"사실 20억은 적은 자본입니다.

항상 부도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그 정도의 자금은 적다는 거지요."    

"영선 언니가 그러는데 여기 사무실은 믿을 수 있다며 그렇게 염려 안 해도 된다고 했습니다."

문지미는 얇은 미소에 맑은 목소리로 말을 했지만, 욕망으로 가득 찬 눈빛은 이글거렸고 얼굴은 조금 상기되는 듯 보였다.

"요즘 세상에 자신도 못 믿는데 누굴 믿겠습니까?"

"그렇지만."

문지미는 진영선 말만 듣곤 동균일 믿고 해 보겠다는 생각이다.

처음엔 다 그렇게 생각한다.

하지만 이 바닥에서 며칠만 구르면 강남에만 수십 개가 넘는 사채 사무실을 들락거리느라 발바닥에 불이 날 것이다.

참으로 어리석은 사람들이다.  / 손채주 글, 이창년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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