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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텔레콤, 이사회에 제동 당한 무분별한 기업 인수

최종수정 2007.07.02 18:32 기사입력 2007.07.02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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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디칩스 인수 부결 파장

이사회 승인 절차를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에이디칩스(대표 권기홍) 인수를 추진하던 SK텔레콤(대표 김신배) 경영진들이 결국 이사회로부터 '인수 부결' 이라는 철퇴를 맞았다.

특히 SK텔레콤 경영진들은 이사회 이전 이미 에이디칩스 인수를 기정사실화 하는 듯한 발언을 서슴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결정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지난달 25일기자들과 만난 하성민 SK텔레콤 전무(CFO)는 에이디칩스 인수에 관한 질문에 "회사가 반도체 사업 진출한다는 루머가 나오는 데 어처구니가 없다"면서 "에이디칩스 인수는 회사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했다"고 역설했다.

SK텔레콤이 에이디칩스 인수를 발표한 것은 지난달 20일. 발표 후 관련 업계와 시장에서는 SK텔레콤이 사업내용과 분야가 다른 에이디칩스를 인수하려는 데 대해 여러 가지 의혹의 시선을 보냈다.단순히 R&D 역량을 향상시키고 멀티미디어 서비스 개발에 시너지를 내기 위해 반도체 전문업체인 에이디칩스를 인수하려 한다는 SK텔레콤측의 설명이 미덥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하 전무의 설명은 사실상 인수를 확정지은 것이나 다름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확신에 찬 그의 말은 불과 4일 만에 뒤집어지고 말았다. 하 전무 자신이 참석하는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들의 반대로 인수 부결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20일 장문의 발표문을 통해 에이디칩스의 인수를 보도했던 SK텔레콤은 2일 짧은 공시를 통해 "29일 열린 이사회 결과 에이디 칩스 인수가 부결됐다'고 발표하고는 인수건을 매듭지으려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투자 적정성에 대한 이견이 제기돼 인수가 부결된 것"이라면서 "지난달 20일 인수 계약도 이사회 승인이 있어야 한다는 조건이 제시됐다"고 설명했다. 

이번 에이디칩스 인수 과정은 여러 가지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SK텔레콤은 그동안 인수 대상 업체를 정하면 이사회의 최종 승인을 거쳐 발표를 해왔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번 에이디칩스의 경우에는 이사회 승인 절차 이전에 회사 인수 계획을 먼저 발표했다.

이사회에서 회사 인수를 부결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부결 결정은 사외이사들이 이견을 제기하는 등 강력히 반발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12명으로 구성된 SK텔레콤 이사회는 조정남 부회장과 김신배 사장, 이방형 부사장, 하 전무 등 경영진 4명을 제외한 8명이 사외이사다. 사외이사들은 SK텔레콤의 에이디칩스 인수가 회사의 성장 방향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 반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경영진들의 인수건에 대한 설명이 사외이사를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외적으로는 공정한 의사 결정 절차에 따라 문제가 해결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경영진은 일단 경영상 필요하다면 사외이사들은 당연히 따라오는 거수기라는 막연한 과거의 상식에 따라 사안의 중요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밀어붙였다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

에이디칩스라는 회사에 대해서도 SK텔레콤 경영진들이 실무진으로부터 제대로 된 실사결과를 보고 받았는지 의문시 된다. 에이디칩스는 지난 1996년에 설립된 비메모리 반도체 칩 제조 업체로, 2001년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후 비메모리 반도체칩 제조 및 유통 사업을 주로 해왔다.

하지만 에이디칩스는 2003년 이후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으며 반도체 제조 보다는 유통에 주력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SK텔레콤의 기술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지를 실무진들이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채 인수의 당위성만 제시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텔레콤의 입장 번복으로 에이디칩스의 소액주주들만 피해를 입게 됐다. 에이디칩스는 SK텔레콤으로 최대주주 변경 사실을 공시한 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인수 부결건이 발표되자 주가가 하락하고 거래도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에이디칩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일방적인 결정에 대해 피해 보상 등 대응책을 강구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채명석기자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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