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관료 CEO 열전] ④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최종수정 2007.07.18 08:35 기사입력 2007.07.04 10:58

댓글쓰기

단소리보단 '쓴소리' 타협보단 '소신'

   
 
'불운한 재무관료'라는 아픈 닉네임을 갖고 있는 김규복 이사장에게 신용보증기금은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기회다.

그는 2004년 2월 재경부 1급 공무원 중 퇴직후 6개월 정도 경험을 쌓으면 다시 중용한다는 정부 방침에 따라 스스로 사표를 제출했다. 하지만 그후 1년여간 주요 자리에 그의 이름이 물망에 올랐음에도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공교롭게도 전임 이사장도 같은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출신. 김 이사장의 신보 이사장 부임은 재경부 퇴직 관료가 으레 다음 수순을 밟는 전형적인 낙하산 인사로 '낙인'찍혔다.

단소리 할 줄 모르는 이 경상도 사나이는 철저한 현장주의를 실천하는 것으로 자신의 의지를 대신했다.

그는 '경영 혁신'을 부르짖으며 신용보증기금의 자립과 중소기업 보증에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는 혹독한 CEO로 자리매김했다.

취임식도 신용보증기금 직원들에 돌린 이메일 한통으로 대신했다. 그리고 100여개 현장 영업본부와 지점 사무소를 직접 두 바퀴나 돌면서 현장 경험을 익혔다. 남부지방 지점들은 2박3일이나 4박5일 코스로, 수도권 지역은 당일치기로 순회한 끝에 30년전 신보 출범 이후 처음으로 찾은 지점도 있었다고 한다.

CEO가 지점 순회를 한 것도 신보 출범 이후 30년동안 한번도 없었던 이례적인 일이었다. 신임 기관장으로서 신고식을 제대로 한 셈이다.

■전형적인 엘리트지만 관운은 적은편

소위 KS마크에다 행정고시 패스 등 전형적인 엘리트코스를 밟았지만 그의 경력이 마냥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김 이사장은 1997년말 외환위기때 재정경제원 금융정책과장을 했다는 이유로 미국 연수 기회를 잃고 통계청 한직으로 '좌천'돼 2년동안 유배아닌 유배 생활을 겪었다.

이후 와신상담 끝에 통계연수원장과 재경부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 재경부 기획관리실장(1급)을 거치며 '차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재기에 성공하는 듯 했으나 인사라는 건 역시 천운(天運)이었다.

재경부 기획관리실장 시절에는 당시 재경부 추천 자리인 금융통화위원 물망에 올랐으나 '한국은행과 재경부 출신 배제'라는 청와대 방침으로 무산됐고 예금보험공사 사장 후보로도 0순위였다가 밀렸다.

김정태 전 국민은행장 후임으로 거론됐다가 '관료 출신'이라는 이유로 여론에 밀려 좌절됐고 주요 공공기관 초대 이사장 자리도 모피아 논란에 휘말려 다른 인사에게 내줬다.

마냥 손벌리는 좀비기업 더이상 없다

"정부의 중소기업 정책은 보호육성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미래지향적 정책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무조건적인 지원에서 탈피해 보증제도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시장경제원리가 가미될 것입니다. 근근이 연명하는 기업이나 기득권인양 장기 고액보증을 이용하는 기업은 더 이상 신보의 지원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재경부 시절 정치의 논리가 앞서는 것을 여러차례 경험한 그에게 '정치의 논리'는 통하지 않는다.

김 이사장은 틈만 나면 "시혜적 정책금융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더이상 보증의 수혜자가 돼선 안된다"고 강조한다.
장기ㆍ고액 이용기업의 보증은 단계적으로 축소하며 특히 한계기업에 대한 보증은 과감히 중단해 정책금융으로 연명하는 기업은 사라지게 하겠다는 것. 과감한 구조조정을 촉진하겠다는 신호탄으로 받아들여질만 하다.

그는 "앞으로 중소기업은 스스로 경쟁력을 높이고 철저한 신용관리를 해야 한다"면서 "보증을 위한 신용 평가에는 각종 재무 지표뿐만 아니라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정성적 지표도 포함시키겠다"며 '기업가 정신'을 갖출 것을 당부한다.

변화와 혁신의 전도사

'신이 내린 직장'으로 불리며 공무원 조직보다 더 공무원같아 버린 정부 산하기관의 내부 변신을 꾀하는 임무는 만만치 않았다.

그는 'IMF 이후 보증잔액이 지나치게 확대됐다'는 정부의 지적에 "해마다 1조원씩 보증잔액을 축소해 가겠다"고 말했다가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내부 직원들의 반발도 거셌고 보증잔액을 줄일 수 없다는 기술신용보증기금 입장과도 맞물렸다.

그는 신보의 재정자립기반을 갖추겠다는 각오를 내비쳤으나 직원들의 첫반응은 냉담했다.

직원들과의 대화에 노련하게 대처하지 못한 탓에 '혼자만 혁신하면 뭐하냐'는 노조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그는 관료로서 자세를 버렸다. 자세를 낮추고 꾸준히 대화에 임한 결과 지금은 직원들의 사기도 높아지고 변화에 대한 의지도 강해졌다.

'2010년부터 자립경영' 기틀 마련

신용보증기금을 중소기업 전문 금융기관으로 발전시키겠다는 그의 포부는 명확하다.

2010년부터 정부출연금 없이 자립경영을 실현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힌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은 갈길이 멀다.

김 이사장은 '제2창업 경영혁신방안'에 대해 이달 초 노사가 타협을 이뤄 오는 2008년까지 재정자립기반을 갖추는 한편 2010년에는 수익 창출을 바탕으로 정부의 출연없이 기금을 운영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계획이다.

지난 6월 1일 창립기념일을 맞아 김 이사장은 직원들에게 운동화를 한켤레씩 선물했다. 혁신을 위해 더 열심히 뛰어달라는 의미다. 김 이사장은 "남은 임기동안에도 국민들에게 더 신뢰받는 기금이 되기 위해 매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정선영 기자 sigumi@akn.co.kr
<ⓒ '오피니언 리더의 on-off 통합신문' 아시아경제(www.akn.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