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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료CEO 열전①] 박종원 코리안리 재보험 사장

최종수정 2007.06.13 11:54 기사입력 2007.06.13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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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 기업인보다 더 철저한 경영이익 실천

   
 
민간진출을 앞둔 후배관료들은 박 사장을 먼저 찾아가곤 한다. 단명(短命)하기로 유명한 금융권에서 장수 CEO가 된 비결을 듣기 위해서다. 박 사장은 후배들에게 세가지 충고를 해준다고 한다.

먼저 목에 힘을 빼고(겸손해지고), 남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관료 출신은 특유의 자신감과 권위적인 습관이 몸에 배어 있다"며 "이를 버리고 겸손한 자세로 직원의 얘기든 언론의 비판이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자신도 재경부에서 공보업무를 맡으면서 비판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주특기(전공분야)를 살리라는 것과 확실한 이익마인드를 가지라는 것이 박 사장의 또다른 충고.

문외한인 영역에서 성공하기 어려우므로 어떻게든 잘아는 분야로 진출해야 하고 공무원일 때의 공평개념을 버리고 이익을 내야한다는 사고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요지다.

◆ 파산직전의 회사를 1등기업으로 = 박 사장이 장수 CEO를 할 수 있었던 이유를 말할 때 실적을 빼놓을 수는 없다. 코리안리는 현재 1년에 3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아시아 1위, 세계 13위의 재보험사로 컸다.

하지만 98년 당시 회사 상황은 최악이었다.

그는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들어와서 살펴보니 더욱 엉망인 상황이었다"고  회고한다.

일단 전체 인원의 30% 감축이라는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또한 자산관리공사에 보증보험 미구상채권을 매각, 1351억원을 회수해 현금유동성을 확보하고, 보증보험사에 대해서는 미지급준비금을 할인 매각해 채무를 최소화 했다.

이같은 자구노력으로 1998년 회기말 2800억원의 당기손실이 예상됐지만 오히려 37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둬 흑자로 전환하게 된다.

그 후로는 쾌속항진이었다. 최근 5년간 손해보험업계는 연평균 8.5% 성장한 반면 코리안리는 13.5% 성장했다. 남들보다 1.5배 더 빨리 큰 셈이다.

박 사장의 경영철학은 '최대 이익시현, 주주가치 극대화'다. 성과급 인센티브제도와 연봉제를 도입한 것도 이를 위해서였다.


적극적인 해외영업이 살길 = 박 사장의 안목은 적극적인 해외진출 전략에서 더욱 빛이 나고 있다. 코리안리는 아시아 전체 해외 재보험 매출의 73%를 올리고 있다. 박 사장이 문화적 동질성과 더불어 정기 국제 세미나 개최 등 인적·물적 유대를 통해 견고한 거래 네트워크 형성에 힘썼던 결과물이다.

특히 코리안리의 선박·항공보험 분야는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선박보험은 독자적인 요율을 제시해 유럽시장에서 전세계 150여개 선단의 계약을 인수했고, 항공보험은 세계 1위의 루프트한자(독일), 에어프랑스 등 유수의 항공기단 35개사의 계약을 따냈다.


카리스마 vs 소탈함=또다른 성공비결에는 그만의 장점이라할 수 있는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자리잡고 있다.

박 사장은 평소 해병대 출신이라는 점을 자랑스럽게 내세울 정도로 외형상 강골타입이다. 또 항상 주위에 사람을 거느리고 다니는 걸 즐길 정도로 보스기질이 강하다.

그 기질에 걸맞게 신속하고 과감한 의사결정은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는 데 크게 주효했다.

강한 인상때문에 가끔은 권위적인 것이 아니냐는 오해도 많이 받지만 정작은 격의없이 소탈하고 자상하다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코리안리 직원들이 간부회의에 교대로 참석하는 것. 박 사장은 임원과 부서장이 참석하는 회의에 신입사원까지 돌아가며 배석토록하는 '열린간부회의'로 바꿨다.

야생화에 관심이 많은 것이나 취미이자 특기인 사진촬영으로 직원들에게 기념사진을 선물하는 것 등은 '인간 박종원'의 또다른 숨겨진 모습이기도 하다.


화려하지 않은 성공에 만족 = 박 사장은 주변에 자신을 지칭하는 수많은 수사어가 있지만 그중에서 '화려하지 않은 성공'이란 말이 가장 가슴에 와닿는다고 전한다. 민간기업에 나가면서 '화려한 성공'을 거둘 생각이 없었다는 것.

일반인들이 잘 모르는 재보험사 말고도 은행 등 다른 금융기관으로 갈 수도 있었겠지만 코리안리가 운명처럼 다가왔고 파산직전의 회사에서 묵묵히 혁신을 실천한 결과 주변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박 사장은 "만약 코리안리가 아닌 은행으로 갔다면 지금보다 주목을 많이 받았겠지만 조직을 직접 관리하고 기업문화를 바꿔 혁신의 결과를 눈으로 볼 수 있는 성공을 거뒀을지는 모르는 일"이라며 "남은 임기 동안 코리안리를  작지만 세계적인 회사로 발전시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김보경 기자 bkkim@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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