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 최대 주주인 IPIC사가 국내 정유 및 관련 기업에 지분 참여를 제안한 가운데 롯데그룹과 해운업체, 현대중공업, GS칼텍스 등 제안받은 업체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3일 본지 취재진의 확인 결과 IPIC사는 최근까지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사와 현대중공업, STX그룹, 롯데그룹 등에 지분 참여를 제안한 것으로 파악됐다. IPIC사는 아랍에미레이트(UAE) 국영석유기업 에녹(ENOC)의 투자자회사로 현대오일뱅크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고 이 중 절반을 국내 기업에 팔겠다는 입장이다.
IPIC사로부터 지분참여 제안을 받은 기업들은 대부분 "제안했으니 검토한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표명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오일뱅크 지분 인수가 시너지효과를 창출할 수 있는 롯데그룹, 해운업체와 시장점유율 2위인 GS칼텍스, 오일뱅크의 원래 주인인 현대중공업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하고 있다.
▲ 기업들 "검토만 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오일뱅크 지분 참여 제안이 온 것은 사실이지만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롯데는 호남석유화학, 롯데대산, KP케미컬 등 다운스트림 부문에 투자를 활발히 하고 있어 지분 인수에 매력을 느낄 만한 것으로 보인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국내사업을 총괄하는 신동진 부회장이 이 분야에 관심이 높고 투자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며 "자체 수요처가 있기 때문에 그 누구보다 업스트립(정유정제시설)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비정유 업체인 STX그룹은 "관심없다"고 잘라 말하고 있다. STX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특성상, 늘 굵직한 기업의 지분 참여나 M&A에는 구설에 올랐다"고 설명했지만 STX그룹이 조선ㆍ해운(물류)분야를 주력으로 해 시너지효과가 충분한 것을 감안하면 가능성 있는 제안이라는 분석이다.
STX그룹 강덕수 회장은 지난 주말 '2010년 그룹 매출 20조원 달성'이라는 비전을 제시하며 " 2010년까지 해운ㆍ물류 사업부문 매출 6조원, 조선ㆍ기계 사업부문 매출 10조원, 에너지ㆍ건설 사업부문 매출 4조원을 각각 달성해 초일류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0년까지 3년 남짓한 기간동안 매출액을 2배 가량 키우겠다는 점에 미뤄볼 때도 추가적인 지분 인수나 M&A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GS칼텍스도 "인수를 검토하는 단계 정도"라는 반응을 보였지만 한진의 에쓰오일 인수에 자극을 받은데다 오일뱅크 지분 인수가 국내 최대 정유사로 올라설 기회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충분하다.
▲ 현대중공업 인수시 60% 최대 주주
현대중공업은 "오일뱅크 지분 인수 제의를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아직 구체적으로 결정된 사항은 없고 검토 중"이라고 원론적으로 답변했다.
그러나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 지분 19.87%를 보유한 2대 주주인데다 과거 수익성 악화로 현대오일뱅크 경영권을 IPIC사에 내준 셈이어서 '한국적인 정서로 봤을 때'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이 IPIC사가 보유한 지분 절반을 인수할 경우 현대자동차(4.35%)와 현대제철(2.21%), 현대산업개발(1.35%) 등 현대중공업을 포함한 현대가(家)의 지분은 60%를 넘어서 최대주주로 등극하게 된다.
다만 오일뱅크가 정유사 중에서도 시장점유율이 낮고 시너지 효과나 수익성 신통치 않다는 점은 현대중공업의 지분 인수 참여 가능성을 낮게 보는 요인이다.
한편 IPIC사는 당초 미국 3대 정유사 중 하나인 코노코필립스사와 현대오일뱅크 지분 참여 협상을 벌여왔으며, 이번 IPIC사의 동시다발적 인수제안은 '몸값 부풀리기' 의도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김민진 기자 asiakmj@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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