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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제너레이션 뉴파워] "싸우지 않고 이겨야 승자다"

최종수정 2007.06.12 12:01 기사입력 2007.06.1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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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닭 되기보다 '나무닭'처럼 초연한 자세 강조
창업주부터 내려온 메모습관...자기반성용 활용

삼성의 제왕학 가운데 유명한 것이 '목계의 교훈'이다. 목계(木鷄)는 글자 그대로 나무로 된 닭을 의미한다. 고 이병철 삼성 창업주는 거실에 목계를 걸어놓고 늘 비추어 자신을 경계했다고 한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도 그런 부친의 모습을 보면서 자신을 경계해왔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 역시 아버지로부터 귀가 아프게 들어 온 것이 목계의 교훈이다.

그렇다면 목계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목계는 장자의 달생(達生)편에 나오는 이야기다.

싸움닭을 만들기로 유명한 기성자란 사람이 있었다. 그는 왕의 부름을 받고 싸움닭을 훈련시키게 되었다. 열흘이 지나 왕이 기성자에게 물었다.

"이제 대충되었는가?"

"아직 멀었습니다. 지금 한창 허장성세(虛張聲勢)를 부리고 있는 중입니다."

기성자는 답했다.

열흘이 또 지나 왕이 되물었다.

"이젠 대충 되었겠지?"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고 난리입니다."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기성자는 답했다.

다시 열흘이 지나 왕이 또 묻자 기성자는 "아직도 훈련이 덜 됐습니다. 적을 오직 노려보기만 하는데 여전히 지지 않으려는 태도가 바뀌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또 열흘이 지나자 그제야 기성자는 "대충 된 것 같습니다"고 보고했다.

그러자 왕이 물었다.

"도대체 어떻기에?"

"상대 닭이 아무리 소리를 지르고 덤벼도 전혀 동요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바라보면 흡사 나무로 만든 닭 같습니다. 다른 닭들이 보고는 더 이상 반응이 없자 다들 그냥 가버립니다"라고 기성자는 대답했다.

이처럼 목계는 저잣거리의 싸움닭을 만나도 일일이 대거리 하지 않았던 초연한 닭을 일컫는데, 이병철 창업주는 삼성家의 후계자들이 목계처럼 시정잡배들에게 응수하지 않고 초연한 자세를 유지하기를 원했기 때문이었다. 목계는 칼은 들고 있되, 휘두르지 않고도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 최선의 상책이라는 손자병법의 상지상(上之上: 싸우지 않고 이기는 것)의 교훈을 담고 있다.

이재용 전무 역시 목계의 교훈을 반면교사로 삼고 자신의 경영철학으로 녹였다. 삼성家의 목계론은 싸움닭이 잘 훈련돼 있으면 싸움을 하지 않더라도 나무 닭처럼 근엄한 위용을 갖춰 어떤 싸움닭도 범접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병철 창업주는 목계를 통해 위험과 권위의 중요성을 깨달았고, 또 이를 자율경영이라는 철학으로 이건희 회장에게 가르쳤고, 이 회장은 다시 이재용 전무에게 창조경영으로 전수해준 것이다.
 
◆ 적고 또 적어라. 거기서 큰 그림이 나온다
이병철 창업주는 지독한 메모광이었다. 그는 어떤 사업을 하든지 떠오른 구상이나 전문가의 조언, 해야 할 일 등을 언제나 메모로 정리했다고 한다. 그는 태평로 삼성본관에 출근하면 자신의 메모를 토대로 그날의 일과를 진행했다. 예를 들어 'A씨 20분'라고 적어 넣으면 어김없이 당사자와 20분간만 면담을 했다. 정확하게 시간을 분단위로 나누어 일을 처리했다.

메모한 내용 중 퇴근 때까지 실천하지 못한 것이 있으면 다시 수첩에 옮겨 써서 집으로 가져갔다. 그의 메모는 단순히 '기억보완용' 메모가 아닌 '자기반성용' 메모였다. 이를 토대로 스스로 따져보고, 다시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 확인하고 그 대책을 들어보고 그래도 미심쩍으면 다시 알아보는 등 한 마디로 집요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었다.

이병철 회장의 철두철미한 기록 정신은 아들인 이건희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달라진 것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메모지에서 녹음기로 매체가 바뀌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 90년대 중반까지 이건희 회장의 품 안에서 놓지 않았던 전자제품이 '소니녹음기'였다는 것은 유명한 얘기다. 그만큼 자신도 빼놓지 않고 기록을 해왔던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심지어 90년대 초 삼성 신임 임원들에게 소니 녹음기와 팩스를 지급하도록 비서실에 지시하면서 그룹 내의 기록문화를 전파시켰다.

이재용 전무 역시 개인적으로 매년 정월 초에 지난해 자신의 스케줄에 대한 통계를 내보기도 한다. 해외여행 몇 건, 거래선 면담 몇 건, 경영회의 몇 건, 골프 회동 몇 건 등 지난해에 본인이 무엇을 했는지 되돌아보기만 해도 금년엔 무엇을 해야겠다는 큰 그림이 머리에 들어온다는 것이다.

이규성 기자 bobos@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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