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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관급 회담 평화정착과 민족우선 놓고 갈등

최종수정 2007.05.30 17:30 기사입력 2007.05.30 1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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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미래지향적,북측 구체성 부족

제21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남측 대표단은 국책 연구기관 간 공동회의를 제안한데 반해 북측은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국가보안법 등 이른바 '3대 장벽' 철폐 문제를 다시 제기했다.

그러나 북핵 2.13합의 이행 지연으로 대북 쌀 차관 제공을 유보한 남측 방침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입장을 표명하지 않고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30일 서울 그랜드힐튼호텔에서 장관급회담 전체회의를 열고 기조발언을 통해 이 같은 기본 입장을 주고 받았다고 고경빈 남측 회담 대변인이 전했다.

고 대변인은 국책 연구기관 간 공동회의 제안 배경에 대해 "전문가들이 모여 평화정착의 긴 과정과 민족경제공동체의 비전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다"면서 "회의에서는 장기적 전망과 현실적 여건 등을 고려해 구체적 이정표를 만드는 지혜를 모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측은 또 한반도 비핵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통해 한 단계 높은 평화를 구축하자고 강조하며 조속한 북핵 '2.13합의' 이행을 촉구했다.

북측 단장인 권호웅 내각 책임참사는 이에 대해 "2.13합의가 이행 안된 이유는 남측이 잘 알고 있지 않느냐. 우리가 지연한 것이 아니라 미측이 (지연)하고 있는 것"이라며 미국에 책임을 돌렸다고 고 대변인이 전했다.

남측은 이 밖에 ▲국방장관 회담 개최 ▲철도 단계 개통 ▲국군포로.납북자 문제의 실질적 해결 모색 등을 제안했다.

고 대변인은 우리측 의제에 대해 "한반도 정세 변화와 함께 보다 큰 틀에서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과 민족 경제공동체에 대한 비전을 모색해 나가자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북측은 기조발언에서 2000년 6.15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에 진전이 있었으며 냉전의 구태도 사라지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민족문제 해결에 외세의 압력을 배제하고 아직도 남아있는 냉전의 얼음장을 제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측은 또 한미 합동군사훈련, 국가보안법 등을 상대방을 자극하고 남북관계를 위태롭게 하는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이와 관련한 '책임있는 조치'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고 대변인은 "북측은 이번 회담을 통해 남북관계가 어떤 정세변화에도 끄떡없는 담보를 마련하기 위해 지혜를 모으자며 성과 도출에 대한 기대를 표출했다"면서 "쌀 문제는 남북 양측 모두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제21차 장관급회담은 의제가 '평화정착'과 '민족우선.민족중시'으로 남북간에 갈리면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됐다.

북측은 민족중시나 민족우선을 주장한 것은 '이념'과 함께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문제이기에 구체성이 부족하고 우리측이 꺼낸 평화정착 문제는 미래지향적으로 북측이 봐서는 현실에 너무 멀리 떨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남북이 성과를 내자고 입을 모은 만큼 개성공단 통행.통관.통신 상황의 개선이나 철도의 단계적 개통 문제 등에 대해서는 선언적이며 낮은 수준이더라도 공동보도문에 반영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 평화 구축 기대 = 우리 측이 평화정착을 위해 거론한 방법론은 남북 국책연구기관 간 공동회의와 국방장관회담이다.

반관반민 형태로 1.5트랙으로 해석되는 국책연구기관 공동회의와 군사당국자회담을 모두 가동해 두 가지 채널을 활용하겠다는 계획인 셈이다.

실제 연구기관 공동회의가 다룰 의제로 포괄적 평화정착 뿐만 아니라 민족경제공동체 구상까지 제시된 점은 향후 한반도 미래의 청사진을 남북이 공동으로 그려보겠다는 의도를 내포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평화와 경제로 대표되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이 가운데 평화정착은 남북회담에서 상대적으로 미개척 분야인 정치.군사 분야의 현안이라면 민족경제공동체의 경우 개성공단 등 개별 경협사업을 통해 이미 실질적인 진전을 보고 있는 분야라는 성격을 갖는다.

굳이 나누자면 정치.군사 쪽은 남측의, 경협은 북측의 관심사다.

특히 평화정착의 각론이 될 군사적 긴장완화를 위해서는 군사당국 간 협의가 필수적이지만 그동안 정치적 부담 때문에 군사회담이 열려도 속 깊은 얘기를 하기 어려웠다는 사정이 감안됐다는 분석도 있다.

1.5트랙에선 민감한 군사문제를 꺼내도 부담이 덜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방장관 회담의 경우 그 성사 여부 부터 불투명하다. 그러나 만일 국방장관회담이 열린다면 그동안 장성급회담에서 다루기 힘들었던 남북기본합의서상의 군사적 합의들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길을 닦는 효과를 기대해 볼 수도 있다는 게 군사전문가들의 기대 섞인 관측이다.

남측 국방장관과 북측 인민무력부장 사무실 사이를 잇는 핫라인을 구축하는 초보적인 신뢰구축 조치부터 시작해 경협 현안의 속도를 낼 수 있는 포괄적 군사보장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장벽철폐 요구 반복 = 북측은 이런 평가 직후에 "남북관계가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공동의 이정표를 마련해 나가야 한다"면서 이를 위한 과제로 세 가지를 내세웠다.

남북간 합의사항은 민족중시, 민족우선의 입장에서 해결해야 하고 이른바 정치.군사적 '장벽'을 철폐해야 하며 남북간 협의는 이미 제기한 여러 원칙적인 문제들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민족우선을 내세운 의도에 대해서는 분석이 다소 엇갈린다. 북측이 기본발언에서 "민족문제의 해결에 외세의 압력을 배제해야 하고.."라고 주장한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 직후 열린 제19차 장관급회담 당시에는 정세가 긴장국면으로 치닫는 상황이었고 지금은 2.13합의의 틀이 살아있는 대화 국면인데다 방코델타아시아(BDA) 송금문제만 풀리면 쌀 북송이 이뤄진다는 점에서 이 문제가 회담 내내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나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는 2005년 12월 제17차 회담 때부터 북측이 제기한 대표적 단골 의제다. 현재로서는 당장의 조치를 기대하기보다는 지속적인 의제화 노력에 따라 제기된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아울러 "앞으로 남북간 협의 과정에서는 이미 제기해온 여러 가지 원칙적인 문제들에 대한 협의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북측 주장은 다소 모호하지만 이른바 '근본문제' 해결을 주장한 게 아니냐는 관측 을 낳고 있다.

이 근본문제에는 참관지 제한 철폐, 한미군사연습 철폐 등도 들어가지만 장성급회담에서 여러 차례 제기됐던 서해 해상경계선 재설정 문제까지 포함됐을 수 있다는 해석인 셈이다.

서영백 기자 ybseo@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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