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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시각] 양치기소년 되기

최종수정 2007.05.28 12:28 기사입력 2007.05.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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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이내 IMF 외환위기에 버금가는 경제위기에 처하거나 그 수준은 아니더라도 상당한 어려움에 처할 것이다."

국민 5명 가운데 4명이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재계 단체,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라 믿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믿고 싶지 않은 사람이 대다수일 것이다.

어렴풋하게나마 외환위기를 기억하는 사람은 모두 거짓이기를 바랄 것이다.

정부와 특히 선거를 앞둔 여당은 "위기를 조장하는 재계의 여론몰이"쯤으로 치부하고 싶을 것이다.

실제 설문조사 결과를 뜯어보면 현실보다 과장된 부분은 있다.

경쟁국가에 비해 기업하기 어렵다거나 양극화보다 성장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응답자의 비중은 과해 보인다.

하지만 이를 벌건 대낮에 술취한 소리와 같이 무시할 순 없다.

바로 '여론'이기 때문이다.

여론은 국가 정책을 결정하는 데 무엇보다 중요시해야 할 변수다.

여론에 따라 정책의 효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몇 년에 걸친 그 수 많은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이 계속 올랐던 것은 여론 탓이 크다.

"땅은 희소하고 규제는 다시 풀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집값이 계속 오를 것"이라는 여론에 각종 부동산 규제는 힘을 잃었다.

정작 문제는 정부가 여론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참여정부는 집값 상승의 원흉을 기업과 언론으로 지목했다.

돈벌이만 생각하는 기업이 여론을 조장하고, 언론이 조력했다는 것이 참여정부의 인식이다.

그래서 특히 부동산 문제에 대해선 기업과 언론에 대립각을 세웠다.

하지만 여론은 정부 정책이 낳은 사생아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여론은 정부의 의심대로 조작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정책이 만들어 내기 때문이다.

과정은 이렇다.

정부는 정책을 발표한 뒤 실제 이행하지 않을 수 있다. 발표 후 시장이 목표대로 움직이면 정책을 이행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가 이렇게 '재량'을 보이면 시장은 왜곡된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다. 정부의 재량을 알아차린 순간 정부를 거짓말을 일삼는 '양치기 소년'으로 무시해버린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정책을 남발할 수밖에 없다.

이 때쯤 되면 정책의 타깃은 여론이 된다. 몇 년째 우리 정부는 부동산 시장에서 여론과 싸움을 벌여왔다.

경제학자들이 정부의 재량보다 꾸준한 정책의 이행을 뜻하는 '준칙'을 강조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래서 정부는 여론이 현실과 동떨어진 듯하다 해도 무시하면 안된다.

하지만 참여정부는 부동산시장에서 보여준 시장의 실패를 되풀이하려 하고 있다.

이번에는 잇단 경제위기 여론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기업하기 어렵고, 최근 호전된 내수지표는 비교 수치가 커보이는 '기저효과' 등으로 인해 허수일 수 있다고 해도 귀를 귀울이지 않고 있다.

그래서 국민들이 외환위기를 떠올리고 있다는 사실도 모르고 있다.

이경호 기자 victoria@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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