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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한국적 자본주의(?)에 대한 단상

최종수정 2007.05.28 12:28 기사입력 2007.05.28 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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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장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게 우리 사회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유별나게 야비하고 샘이 많아서가 아니라 우리 사회가 워낙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이어지고 엮여진 전통사회적 성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한두 다리 건너면 대개 알 만한 사람들이고, 그래서 그의 능력, 성장배경, 재산형성 과정 등을 휑하니 꿰뚫을 수 있는 곳이 우리사회이다. 그래서 그런지 개인의 능력과 노력에 대한 적정한 보상을 기본으로 하는 시장 메커니즘과 자본주의에 대한 일반적인 우리의 인식은 좀 별다른 구석이 있다. 즉,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사람의 능력과 노력에 비해 그 사람이 향유하는 보상이 적절치 못하다고 생각되는 경우가 상당히 빈번하다는 말이다. 때문에 소위 시장 기구에 의해 결정되는 결과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고, 차라리 그럴 바엔 머릿수대로 골고루 나누어 가지는 게 낫다는 생각들도 수시로 표출된다.

같은 맥락에서 건국이후 반세기가 넘도록 국가운영의 기본이념으로 자본주의 체제를 운운하고 있지만 우리사회에서는 "형평"에 대한 집착이 상당히 강하게 나타난다. 나아가 "부"에 대한 관념도 부정적이어서 다분히 반자본주의적 성향까지도 간혹 보이곤 한다. 이런 우리사회에서 서구식의 자본주위가 과연 제대로 작동하여 사회발전의 동력 노릇을 할런지 때론 회의적이다.

시장기구란 기본적으로 개인의 이기심이 그 근간을 이루며 개인 간의 거래를 관리해주는 최소한의 규칙과 약간의 윤리로 구성되는 것이라는 말도 있다. 즉, 시장기구란 사회를 관리하고 이끌어갈 수 있는 어느 정도의 합의된 가치나 기준이 없을 때 그 대용품으로 개인들의 본능적 이기심을 이용하여 일종의 긴장된 평형을 유지하는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헌데, 우리와 같이 전후좌우로 치밀하게 짜여진 수많은 "관계"들이 보이지 않는 행동의 지침으로 작동하는 사회에서 이러한 또 다른 규범이 필요한 것인지도 잘 모르겠다. 또한 자본주의 제일의 속성이 자본축적인 한, 그 체제는 집중과 불평등, 그리고 비민주를 내장할 수 밖에 없다는 어느 학자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이마뉴엘 월러스틴; "Utopistics") 그토록 "형평"을 외쳐대는 우리사회를 운용하는 틀로서 자본주의라는 것이 과연 적절한지조차도 잘 모를 일이다. 

반면, 구성원끼리 서로를 잘 모르면 자연히 관심도 적어지고, 현재의 상황에 대한 인식 역시 그 배경을 모르기 때문에 그저 당연한 것이려니 생각하기 쉽다. 여기저기서 뿔뿔이 모여든 이방인들로 구성된 미국과 같은 사회에서는 그래서 남에 대한 관심도 적고 친척 간에도 자신과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면 서로 볼 일이 별로 없다. 당연히 사촌이 땅을 사건, 전봇대로 이를 쑤시건 알 바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미국 뉴욕의 맨해튼 중심가나 시카고의 경관 좋은 호반의 펜트하우스들은 우리 돈으로 어마어마한 값이다. 그리고 비싼 만큼 돈 많은 사람들은 빌딩 밖 거리를 오가는 보통 시민들과는 비교도 안되는 초호화 생활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을 놓고 시민들이나 방송에서 시비를 거는 일은 별로 본 적이 없다. 돈을 벌만한 일을 했으니 벌었을테고, 그 돈을 좋은 집 사는데 쓴다는데 어찌하겠느냐는 식의 반응이다. 오히려 사람들은 언제쯤이면 나도 돈을 많이 벌어 저런데서 한번 살아보나 하는 막연한 부러움 정도를 표시 하는게 고작이다. 이런 사회와 우리나라 사회를 같은 틀로서 이해하고 운용해 나간다면 무리가 아닐까. 아니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로 미국화 되어야 하나.

작금의 부동산시장을 보며, 또 최근 종부세등 몇몇 제도에 대한 뜨거운 논란을 바라보며 문득 떠올랐던 생각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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