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뷰앤비전] '모방'을 통한 혁신

최종수정 2007.05.21 12:28 기사입력 2007.05.21 12:28

댓글쓰기

이영권 세계화전략연구소장

세상의 모든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스스로 하늘에서 떨어지듯이 '짠' 하고 나타나지 않는다.

무엇인가 과거에 있던 것들 중에서 개선되거나 연관된 새로운 아이디어가 결합되어 생기게 된다. 이렇게 과거의 어떤 것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게 되는 것을 '벤치마킹'이라고도 하고 '모방'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경영도 마찬가지이다. 요즈음 세계적인 기업들 사이에서는 '모방을 통한 혁신'이라는 개념이 유행하고 있다. 

경영난에 빠진 미국 자동차업체 포드의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앨런 멀럴리 전 보잉 부사장은 '모방을 통한 혁신'을 강조하는 사람으로 유명하다. 그는 보잉에서 성공을 거둔 린(lean) 생산 방식을 포드에 도입하는 데 주력하여 낮은 비용으로 최적의 생산을 가능하게 했다.

원래 이 방식은 도요타자동차가 원조인데 항공회사가 도입하고 다시 자동차업체가 배우는 셈이다. 보잉은 도요타 생산방식 뿐 아니라 GE의 직원교육시스템도 모방했다.

세계 최대 알루미늄 생산업체인 알코아의 작업 중 사고방지 프로그램은 미국 병원들로 전파됐다.

병원들은 모든 사고를 실시간으로 보고해 사고원인을 철저히 조사하는 알코아 시스템을 도입해 병원 내 감염 등 한번 발생한 의료사고의 재발을 막고 있다.

또 미국의 대형 병원들은 수술실에서 '이유가 있으면 멈춘다'는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환자의 병력과 수술의 진행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던 의료진들 중 누구라도 문제를 발견할 경우 수술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중단된 수술은 발견된 문제가 해결된 뒤에야 재개된다. 자동차를 만들다가 하자를 발견했을 경우 누구든 생산라인을 멈출 수 있는 도요타 방식을 빌린 것이다.

다른 업종 간의 모방이 쉽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은 모방 기업이나 피모방 기업이 서로 같은 시장을 놓고 싸우는 경쟁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선두업체들은 같은 업종의 후발업체들에는 핵심 경영 노하우 공개를 꺼리는 경향이 있지만 다른 업종의 업체들에 대해서는 경계심을 품지 않는 게 보통이다.

'모방을 통한 혁신'은 상품 자체를 베끼는 게 아니라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시스템을 발굴하려는 노력이기 때문에 모방보다는 혁신에 가깝다.

'모방을 통한 혁신'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항상 배우겠다는 겸손한 자세를 갖추고 객관적인 자기 평가와 분석을 통해 무엇을 배울지 명확히 해야 한다. 무턱대고 배우려다가는 자신의 핵심 경쟁력마저 잃기가 쉽기 때문이다.

모방을 통한 혁신에 성공한 기업들의 공통점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역량, 즉 핵심역량이 무엇인지를 쉽게 파악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학습은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현실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자세를 필요로 한다.

타인과 미래 앞에 겸손하지 않는다면 배움은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들은 모방학습의 대상에 귀천을 가리지 않는다. 항시 눈과 귀를 열고 선진국의 초일류기업 뿐 아니라 정부 등 공공부문, 중진국과 제3세계 기업의 동향까지 예의 주시하고 장점을 배운다.

'모방을 통한 혁신'의 키워드는 끊임없는 관찰과 학습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경쟁력을 끊임없이 제고시키기 위해서는 좋은 것이 있으면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자기에게 맞게 개선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 '오피니언 리더의 on-off 통합신문' 아시아경제(www.akn.co.kr) 무단전제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