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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플레이업계 라이벌 삼성,LG 상생경영 '삐거덕'

최종수정 2007.05.14 23:04 기사입력 2007.05.14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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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협의 없이 선언적 발표부터...기업들 '검토단계에 불과하다' 난색 표명

"아직 검토단계입니다. 언제 어떤 식으로, 어느 수준까지 서로 손을 잡아야 할지는 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발표문 그대로 삼성"LG간의 상생협력을 하겠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밝힌 것이지 세부적인 실천사항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하는 단계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입장은 LG측도 마찬가지다. LG필립스LCD의 한 관계자는 "특허 공유, 패널 상호 구매, 협력사 교환 등 상생협력의 실천내용 중에 어느 한 부분도 쉽게 이뤄질 것이 없다"면서 "특히 특허 공유의 경우 이미 양쪽이 서로 다른 기업들과 특허공유 계약을 한 상태여서 운신의 폭이 넓지 않다"고 강조했다.

14일 창립총회를 가진 디스플레이협회와 산업자원부가 야심차게 내놓은 삼성-LG의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연합군 출범식이 첫걸음부터 삐거덕거리고 있다. 구체적인 협의 없이 선언적인 발표문부터 작성하면서 해당 기업들이 아직은 '검토단계에 불과하다'며 난색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내는 물론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과 LG가 상호 불필요한 경쟁을 막고, 세계 1위의 디스플레이 강국의 위상을 더욱 강화하자는 차원에서 추진한 '8대 상생협력'과제가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 지에 대한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삼성, LG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

8대 상생협력의 핵심은 삼성과 LG 각 진영 간에 특허협력과 패널 상호 구매를 추진하고 각 진영의 1차"2차 협력업체(납품업체)의 자율화를 추진키로 하겠다는 것이다.

또한 업체간 공동 기술개발을 통해 미래 원천기술을 선점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

물론 이대로만 진행이 된다면 한국의 디스플레이 경쟁력은 더욱 공고해질 수 있다.

문제는 '연합군'이 추진해야 할 과제인 특허공유, 패널 상호구매, 협력사의 수직계열화 타파, 공동 R&D착수 등이 마치 '고양이 목에 방울 달듯이' 어느 기업도 선뜻 나서지 못할 만큼 기업마다 첨예한 이권이 걸려있는 미묘한 사안들이라는 것이다.

즉 삼성과 LG간의 파격적인 양보가 없으면 어느 한 부분도 빠른 시일 내에 펼치기는 힘들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6월 '특허 협의체' 구성 회의론

먼저 오는 6월 중 '특허 협의체'를 설치해 외국기업의 특허공세에 공동대응하겠다는 '특허공유'도 불과 2달 만에 가능할 지에 대해 의아심을 제기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이미 삼성과 LG 양측모두 타 기업과의 특허공유를 체결해왔기 때문에 이들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이미 지난해 상반기 매출액 기준으로 3위업체인 대만의 AU옵토일렉트로닉스(AUO)와 크로스라이선싱(특허 공유) 협상을 타결했다.

양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 특허와 LCD TV 패널 제조기술에서 특허를 공유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앞서 일본의 소니와 LCD 생산법인인 S-LCD를 합작출범시키면서 포괄적인 특허공유에 합의한 바 있다.

LG전자도 마쓰시타도 PDP분야에서 포괄적인 제휴를 맺고 특허 공유에 들어갔고, LG필립스LCD는 도시바와 LCD TV에 관한 전략적 제휴계약을 체결했다.

삼성SDI도 지난 2004년 후지쯔와 특허공유를 체결했었다.

패널상호구매도 넘어야할 산이 적지 않다.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간에 상대방 계열사의 패널을 구매하지 않던 관행에 따라 대만의 LCD패널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려왔다.

이에 대해 권영수 LPL사장도 "이를 가리켜 고래 싸움에 새우들만 배부르게 만든다"고 지적한 바 있다.

삼성LG연합군은 이러한 문제점을 풀기 위해 6월까지 상호 교차구매가 가능한 패널 종류에 대한 검토를 마치고, 하반기부터 경쟁사 패널 상호 구매를 본격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양사에서 내걸고 있는 TV 스크린 규격이 제각각이어서 패널 상호구매가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입장이 크다.

예컨대 LCD TV의 주력제품인 40인치대에서 삼성전자는 46인치를 내세우는데 반해 LG전자는 47인치를 내놓고 있어 상호 호환이 안된다.

만약 삼성전자가 LPL의 47인치 LCD 패널을 구매하려면 TV제작을 위해 금형을 다시 만들어야 하는 등의 추가적인 개발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46인치나 47인치나 소비자가 선택하는 데 있어서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굳이 추가적인 개발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47인치 LCD패널을 구매할 지가 의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롭게 출범한 디스플레이협회의 리더십과 운용의 묘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삼성과 LG간에 첨예하게 맞서고 있는 이해관계를 얼마나 잘 풀 수 있느냐에 연합군의 성공 가능성이 달려있다"고 평가했다.

이규성 기자 bobos@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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