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_progress

아시아경제 최신 기획이슈

[르포] 인천경제자유구역 활기 찾을 방안 없나

최종수정 2007.05.14 07:05 기사입력 2007.05.14 06:59

댓글쓰기

과도한 규제와 빈약한 지원으로 고사 위기

   
 
2008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인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11일 정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지구. 점심식사를 하러 나온 직장인들로 붐빌 시간이지만 거리는 한산하기만 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지하 아케이드에도 공무원과 건설 인부들만 삼삼오오 모여 식사를 하고 있을 뿐 을지로나 강남 테헤란로와 같은 활기는 찾아볼 수 없다.

타워크레인 등 건설장비가 돌아가며 내뿜는 연기와 굉음, 바람이 불 때마다 날리는 시멘트 먼지는 간간이 지나다니는 행인들의 인상을 찌푸리게 한다.

현재까지는 지난 2003년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출범하며 내걸었던 국제 비즈니스 도시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바다를 메워 조성한 여의도 18배 면적의 매립지는 2008년 준공이 무색할 만큼 아직도 공사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외국기업 투자계약 42억 달러에 불과

외관상 뿐 아니라 인천경제자유구역이 실제 받아든 성적표도 낙제점에 가깝다.

13일 인천경제자유구역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말까지 14건의 투자계약을 성사시켜 154억 달러의 외자를 끌어들였다. 이 가운데 외국 기업의 투자 유치는 42억 달러에 불과하다. 투자의향서(LOI)를 전달한 외국 기업은 많지만 실제로 계약이 성사되는 경우는 드물다.

지난 1985년 두바이의 제벨 알리 경제자유구역(JAFZ)이 120여 개국 5400개의 기업을 유치한 성과와 비교하면 초라하기 이를 데 없다.

투자를 결정한 외국자본의 질도 문제다. 대부분의 외국자본이 빌딩, 오피스텔, 골프장 등 부동산에 몰려있다. 경제자유구역의 생명인 첨단 산업분야의 외국기업 유치실적은 신약개발업체인 셀트리온(2억5000만 달러)과 로봇전문기업인 스위스의 규델(600만 달러)이 전부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의 미래에 대해 실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들도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인천, 부산·진해, 광양 등 3개 경제자유구역청 소속 공무원 33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의하면 응답자 10명 중 6명이 향후 외자유치 가능성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 추진실적에도 52.8점의 낮은 점수를 줬다.

투자유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면서 경제자유구역이 한계에 부딪혔다는 인식이 팽배하다.

박영식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공보담당관은 “2005년 마스터 플랜이 나온 인천경제자유구역과 개발 20년을 맞은 두바이를 직접 비교하긴 힘들다”면서도 “정부의 정책적 고려가 수반되지 않으면 영원히 두바이를 따라잡지 못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력한 인허가 규제, 빈약한 국고지원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은 재경부가 쥐고 있는 개발사업의 승인권을 인천시나 자유구역청에 대폭 위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추진기간을 단축하고 기동성을 높이기 위해 사업이 완료되는 시점까지만이라도 승인권을 위임해 달라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 기업이 인천경제자유구역에 공장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외국인투자인가(재경부 지정은행), 산업단지신청(산자부) 등 10개가 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투자유치 담당자 한 명이 투자상담에서 최종계약까지 모든 것을 도맡아 책임지는 ‘원맨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하이 푸동지구와는 비교조차 힘들다.

경제자유구역의 거주 환경을 높이기 위한 도시 인프라(SOC) 구축도 난항을 겪고 있다.

국고 지원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현재 진행 중인 인프라 건설 예산의 75%를 인천시가 부담하고 있다. 국고 지원은 25%에 불과하다. 국책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경제자유구역 개발사업을 정부가 방치하고 있는 것이다.

인천시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지방 혁신도시 사업과 마찬가지로 100% 국고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수도권정비계획법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발목을 잡고 있다.

수정법에 의하면 국내 대기업이 경제자유구역 내에 공장을 신·증설할 경우 부동산 취등록세가 3배 중과된다. 재산세는 5년간 5배 중과 대상이다.

외국 기업과 같은 조세 감면 및 세제지원 혜택을 받기는커녕 막대한 피해를 보게되는 셈이다.

박영식 공보담당관은 “삼성, LG, SK 등 대기업을 유치하는게 해외투자유치에도 도움이 되는데도 불구하고 국내 대기업의 진입이 원천 봉쇄된 상태”라며 “이런 식의 국내 기업 역차별은 외국 기업들도 이해하지 못하는 규제”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두바이나 푸동과 비교해 별반 나을 게 없는 세제혜택이나 민간전문가가 20%에 불과해 전문성이 결여돼 있다는 점도 경제자유구역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경제자유구역에 국토균형발전 논리 적용해선 곤란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을 국토균형발전사업의 일환으로 보는 시각이 강하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조성한 경제자유구역이 공회전 하고 있는 이유다.

지난 2월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경제자유구역 추가 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혀 논란을 일으켰다.

정부의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인식을 엿볼수 있는 단적이 사례다.

현재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된 3곳 중 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부산과 광양은 해제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현재 지정된 3곳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면서 추가로 지정한다는 것은 무책임한 언사”라며 “차라리 기업도시나 혁신도시를 늘리는 게 더 효율적일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경제부는 14일 경제자유구역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에 개발 승인권을 위임하는 수준이 미미해 인천시나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들은 실망스럽다는 반응이다.

민희경 인천경제자유구역청 투자유치본부장은 “정부가 경제자유구역에 대한 규제를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조만간 획기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경제자유구역의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재호 기자 haohan@akn.co.kr
<ⓒ '오피니언 리더의 on-off 통합신문' 아시아경제(www.akn.co.kr) 무단전제 배포금지>



간격처리를 위한 cl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