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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외환보유고는 '폭탄'인가

최종수정 2007.05.06 12:12 기사입력 2007.05.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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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외환보유고가 날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과거 엔을 팔아 다량 매입한 미국 채권의 이자 수입이 증가하면서 3월말 기준 9089억달러를 기록, 사상 최고 수준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달러에 대한 이자 수입이 쌓여갈수록 일본엔의 이자도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에 향후 일본의 금리가 미국보다 높아질 경우 손실이 부풀어 오를 위험이 있다.

◆달러 이자 수입이 증가하면 엔화 빚도 ↑

외환보유고가 늘어난 이유는 급격한 엔강세를 억제하기 위해 엔을 팔고 달러를 사들인 환율 개입에 있다.

최근 3년간은 환율 개입이 없었지만 지난 2003년에 32조9000억엔 규모의 환율 개입을 실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5.25%)가 일본(0.5%)보다 높기 때문에 일찌감치 사뒀던 달러자산의 이자 수입이 계속 늘어나는 것이다.

일본 재정법상 '나라의 세출과 세입은 (일본엔의)현금에 의한다'라는 규정이 있어 이자수입은 엔으로 하고 국고의 세입으로 계산해야만 한다.

달러를 팔아 엔을 조달하고 국고에 넣어두면 간단하지 않겠느냐고 할 수 있겠지만 재무성은 "거액의 달러를 보유한 일본이 달러 매도세로 선회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달러의 자산가치가 폭락하고 오히려 큰 손해를 입을 것"이라며 염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이자 수입을 달러인 상태로 운용하는 한편, 국채와 같은 정부의 빚인 정부단기증권(FB)를 발행해 차입한 엔을 국고에 넣고 있는 것이다.

지난 3월말 현재 FB 잔고는 2002년과 비교해 두 배 가량 증가하면서 처음으로 100조엔을 돌파하기도 했다.

현재는 FB로 조달한 '엔 임시수입'이 궁핍한 일반회계에 도움을 주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FB 운용이익 예상치는 3조7000억엔으로 올해 일반회계에서 사용될 전망이다.

◆금리 변동이 리스크에

일본의 외환보유고가 증가하는 것에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분명히 리스크는 존재한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이가 가까워지거나 역전하게 되면 정부가 FB 구매자들에게 지불해야 하는 금리를 달러 자산으로 발생한 이자수입으로 상쇄해야 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 또한 달러가치가 하락하면 환차손을 입을 위험도 있다.

일본 경제 재정정책이사회 위원인 이토 다카토시 도쿄대 경제학 교수는 외환보유고가 계속 늘어나는 것에 대해 "폭탄이 자꾸 부풀어 오르고 있다"고 표현한다.

이토 교수는 이 '폭탄'에 대한 대책으로서 달러화 자산에 대한 이자 수입이 증가해도 국채 발행을 늘리는 것을 자제하고 일반회계로 이월시키는 것도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리변동 리스크를 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무성도 팔짱만 끼고 있는 것은 아니다. FB를 구매하기 쉽도록 하기 위해 지난해 8월 이후 만기 형태를 다양화시키고 있지만 제도의 본격적인 재검토는 향후 과제로 남아있다.

외환보유고는 장래 엔화 가치가 급격하게 하락했을 때 엔 매수를 할 수 있는 일종의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어느 정도가 적절한지에 관한 정설은 없다.

일본종합연구소의 가와무라 사유리 주임 연구원은 "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을 정도로 엔약세가 진행됐을 때를 대비해 조금씩 달러를 팔아 외환보유고를 줄여야 한다"며 "독일의 중앙은행에서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국민 부담증가로 연결될 우려도

일본의 경제적인 지위가 저하돼 엔약세가 과도하게 진행되면 소비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수입할 구매력이 약해진다.

물질적으로 풍족한 지금의 생활 수준을 버려야만 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외환준비고가 대비책으로서 맡은 역할은 막중함에 틀림없다.

단지 앞으로도 외환보유고가 계속 부풀어 오르게 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수준이 역전됐을 경우에 손실이 늘어날 수 있다.

노지선 기자 blueness00@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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