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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앤비전] 주소찾기

최종수정 2007.04.16 12:30 기사입력 2007.04.16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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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일 한국토지공사 국토도시연구원장

예전에 비해 요즈음엔 고속도로나 국도 등 지역간 도로 표지판이 많이 정확해져서 지도만 가지고도 크게 헤매지 않고 대충 목적지를 찾아 갈 수가 있다고 한다. 특히 최근 많이 보급되고 있는 내비게이터의 도움이 크다. 그러나 막상 시내에 한번 들어서면 여전히 막막하다. 

ㅇㅇ동 xx번지라는 주소는 서울시내 동서남북 중 대개 어느 방향쯤이라는 것 외에 집 찾는데 별로 도움이 안된다. 길 가는 사람에게 물어봐도 재수가 좋아 그 동네를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헛일이다. 우체국이나 신문보급소에서도 해당 구역내 주소와 실제 건물의 위치를 머리에 휑하니 꿰지 않고는 일을 할 수가 없다고 한다. 가끔 담당자라도 바뀌게 되면 한동안 후임자에게 미주알 고주알 알려주고 나서야 제대로 인수인계가 된다고 하니 이 얼마나 불필요한 노력의 낭비인가. 
 

대체로 우리가 갖고 있는 장소에 대한 인식방법은 '면적(面的)'이다. 무슨 구, 무슨 동, 어느 부근…  이렇게 면으로 압축해 들어선 다음, 특정 시설이나 대형 건물을 좌표로 장소를 찾는데 익숙해 있다. 그나마 많은 사람이 알고 있는 유명시설이나 건물이 주위에 있다면 천만다행이고 그렇지 않으면 천상 약도를 그려 팩스라도 보내지 않으면 포기할 수밖에 없다.
 

요즘 외국에서 생활해 본 사람이 늘어나서인지 도로를 기준으로 표기하는 외국 주소체계의 편리함을 말하는 이가 많다. 외국의 공간인식, 그리고 주소체계는 대체로 도로를 중심으로 '선적(線的)'으로 돼 있다. 크든 작든 모든 도로에는 이름이 있고 그 도로의 양측으로 건물이 배치돼 번호가 붙어 있다. 생판 처음인 사람이라도 도로명과 번호만 알면 못 찾아갈 곳이 없다.
 

얼마 전 부터인가 서울시내의 주요 도로에도 이름이 붙었다. 하지만 생경하기 짝이 없는 이상한 이름이나마 가진 도로는 아직 일부에 불과하고 이 이름마저도 쉽지가 않아서 시민들 뇌리 속에 잘 인식이 되질 않고 있다. 오랫동안 면적인 공간개념에 익숙해온 시민들에게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이상스런 이름의 도로가 무척 생뚱맞은 모양이다.
 

우리 시가지의 인상을 크게 훼손하는 대표적인 문제 중 하나가 어디든 덕지덕지 붙어있는 광고 간판이다. 시내 대로변의 크고 작은 건물들은 수십 수백개의 간판과 선전문구로 뒤덮여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건물 뿐 아니라 전신주, 담벽, 심지어 길바닥에까지 광고가 붙어있기도 하다. 분당 등 신도시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새로운 건물들로 이어진 거리의 모습은 얼마나 참신하고 깔끔했던가. 그러나 최근 이들 신도시 번화가의 모습은 여느 기존의 시가지와 별 다를 바가 없다.

새롭고 현대적인 멋진 건물은 사방으로 돌아가며 수없는 간판으로 뒤 덮인지 이미 오래다. 이 배경에도 현재 우리의 주소체계가 관련이 된다면 억지일까? 자신들이 어디 있다는 것을 알리긴 해야겠고, 주소만 가지고는 도대체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알릴 길이 없으니 곳곳에 커다란 간판이라도 내어 달 수 밖에 없다면 무어라 반박할 것인가. 새로운 주소체계의 정착을 통해 이러한 불필요한 간판 수요가 감소될 수 있다면 이는 도시미관 측면에서도 획기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편집국  editorial@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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