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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대통령 개헌 발의 유보 수용 숨은 이유는

최종수정 2007.04.15 14:04 기사입력 2007.04.15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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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은 한나라당 당론 채택, 속은 국정 운영 주도권 잡기

국무회의 개헌안 의결을 불과 사흘 앞둔 지난 14일 노무현 대통령이 한나라당 등 정치권이 요구한 ’개헌발의 유보-18대국회 개헌추진’ 합의를 전격 수용했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당론 채택 및 ’4년 연임제’등 개헌 추진 표현에 "우리측 요구가 대부분 수용됐다"는 평가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분명 한나라당 당론 채택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이것 만으로 노 대통령이 쉽게 유보로 가닥을 잡았겠느냐에 의문이 짙게 묻어 나온다.

◇노 대통령 개헌 발의 유보 이유=노 대통령이 개헌 발의를 유보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겉으로 보기에는 한나라당의 18대 국회에서개헌을 논의하기로 한 당론을 노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되어 있다

하지만 청와대가 제시한 개헌 추진 내용에 비해 한나라당 당론은 크게 미진하다는 지적인데도 불구하고 노 대통령이 이를 수용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앞으로의 국정 운영을 염두해 둔 조치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만약 약속 수준이 미흡하다며 개헌 발의를 강행하면 ’오기 정치’라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과 한미FTA타결로 인해 모처럼 국정주도권을 회복했는데 다시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는 고심했을 것이다.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의 당론 채택으로 개헌 발의 명분이 약화된 점을 심각히 고려했을 것이다.

여기에 이미 각당(정파) 6인 대표가 개헌 발의 유보 요청에 이어 청와대가 요구한 18대 국회 개헌 논의를 최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채택함으로써 국회 부결이 확실시되는 개헌 발의를 강행할 필요성이 사라진 것이다.

노 대통령이 ’개헌 발의 강행’에 부담을 느끼면서도, 한나라당을 향해 마지막 압박을 가했고 이를 통해 한나라당으로부터 최소한 약속 어음을 받는 선에서 물러 선 것이다.

개헌 발의 유보로 인해 청와대는 임기내 개헌 추진이라는 명분을 확보했고 한나라당은 대선을 흔들 변수를 제거했다. 여기에 열린우리당은 중재 능력을 인정 받아 캐스팅보트로서 결정적 역할로 주도권을 챙기는 성과를 얻게 됐다.

◇노 대통령은 개헌 추진 의지는=한나라당 당론에는 ▲18대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구성해 국회가 개헌논의를 주도하고 ▲4년 연임제를 비롯해 모든 내용을 논의하며 ▲다음 대통령 임기중 개헌을 완료토록 노력하고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이런 사항을 공약으로 제시한다고 되어 있다.

노 대통령의 지난 1월9일 올해가 아니면 20년내에는 대통령과 국회의원 임기를 맞춰가며 4년 연임제를 실시할 수 없다며, 연내 개헌을 요구했던 것에는 크게 미흡하며 지난 3월8일 ’각 당이 당론으로 차기 개헌을 약속하면 개헌안 발의를 유보할 수 있다’고 한발 물러난 선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미 개헌 발의 보다는 차기 정부에서 개헌이 완료되기를 염두해 둔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개헌 추진을 발의한 이후 ’차기 대통령 임기1년 단축’ 전제조건을 ’협상 가능하다’면으로 한발 뺀데 이어 ‘차기 국회에서 적어도 원 포인트라는 내용만 포함한다면 개헌 유보를 수용하겠다’고 한발짝 더 물러 섰던 것이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한나라당이 4년연임제 개헌을 명확히 약속한 바 없다’는 지적에 대해 "대선 후보들이 공약으로 정한다고 약속도 했는데 4년 연임제를 내걸든지, 내각제를 내걸든지 이 문제를 중요한 선거공약으로 내걸 수밖에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미 한나라당이 어느 정도 성의를 보인다면 수용 할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청와대 대변인인 윤승용 홍보수석이 지난 13일 브리핑에서 “개헌 발의 유보를 위해서는 적어도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정해 줘야 한다”고 말한 바 있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각당(정파)6인 회담이 퇴로 제공했나=지난 11일 원내대표 6인의 합의 후 문재인 비서실장이 청와대 춘추관실에서’개헌 발의를 유보할 수도 있으니 정치협상 통해서 구체성을 확인해보자’는 취지로 청와대 입장을 설명했다.

이후 실무자의 설명에서 ’차기 대통령의 임기단축 문제도 협상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부담스런 전제조건이 없어진 것이다.

일각에선 ’개헌 제안’이 임기말 정국 주도권을 노린 노 대통령의 정략적 카드였다는 점을 강조해왔다. 따라서 이번에 결국 열린우리당 장영달 의원이 노 대통령의 퇴로를 만들어주기 위해 합의에 동의했다는 시각이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이쯤에서 물러설 때가 된 것이라는 예상이었고, 역시 맞아떨어지는 듯하다 12일 다시 청와대는 강공으로 돌아 섰다.

이에 대해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애초부터 정략은 없었다"며 강력히 부인하며 "대통령 본인의 선거공약이어서 이를 실천하려 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개헌 철회까지=지난 1월 9일 전격적으로 제안됐던 개헌안이 95일만에 다시 ’전격적’으로 철회됐다.

청와대 관계자는 "오늘(14일) 아침에 대통령께서 워딩을 줬다"며 "오늘 아침에 따로 회의체 형식의 모임은 없었고 어제 대통령께서 참모들을 따로따로 만나 결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11일 원내대표단의 개헌유보 요청이 나오자 마자 문재인 청와대 비서실장은 수용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12일 ’개헌 철회 유력’이라는 보도가 쏟아지자 윤승용 홍보수석은 ’대통령의 뜻’임을 전제로 "우리 입장은 변한 것이 없다. 확약이 없으면 발의로 간다"고 돌아섰다.

또한 한나라당의 당론이 나온 13일만해도 윤 수석은 "특별히 입장을 내놓을 것이 없다. 주말 지나 월요일(16일)에나 입장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었다.

청와대 참모들은 11일 발의 유보 시사에 이어 12일 강행 시사 13일 한나라당 당론 채택에 청와대 숨고르기 14일 대통령 개헌 발의 유보 등 모두 "대통령의 뜻"임 강조하면서도 유보와 강행을 넘나들었다.

하지만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차선의 선택’이 결정된데 대해 노 대통령의 아쉬움이 없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마 오는 17일 국무회의에서 이에 대한 소회를 밝히게 될 것"이라고 말해 강한 아쉬움을 남겨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규현 기자 ghyang@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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