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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규제도 FTA ISD 대상…집없는 서민에 재항"

최종수정 2007.04.04 16:50 기사입력 2007.04.04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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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대선주자인 심상정 의원이 4일 정부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보도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번 FTA협상에서 부동산 규제정책이 투자자-국가소송(ISD)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날 심 의원은 "미국은 금리를 통해, 우리나라는 규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실행하는데 이런 차이를 무시하고 부동산 규제정책을 ISD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결국 집 없는 서민에겐 재앙을 불러오고, 1%의 땅부자들에게만 헤아릴 수 없는 불로소득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 소송의 대상이 되면 정부 정책은 크게 위축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심 의원은 "정부는 국제적으로 소송 건수가 많지 않다며 큰 문제가 없을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면서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는 존재 자체가 부동산 투기꾼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어서 결국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을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심상정 의원이 발표한 보도자료 전문이다.

이번 한미 FTA의 최대의 쟁점 가운데 하나였던 "투자자-국가소송" 대상에 결국 부동산 규제정책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판정기준(정부조치의 차별성정도, 정부조치가 투자협정상 의무를 우회.회피하고자 하는 의도 등)은 좀더 명확히 한 것 같다.

정부는 이번 협정에서 간접수용과 관련하여 "부동산가격 안정화 정책 등 정당한 정부정책은 원칙적으로 간접수용에 해당하지 않음을 명시"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리하여 이러한 정부정책은 소송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뒤집어보면 "부동산 가격안정화 정책" 이외의 모든 부동산 정책은 투자자-국가 소송의 대상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제는 "부동산 가격 안정화 정책"의 의미가 무엇이며 그리고 그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하는 것이다. 부동산 정책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하나는 금리정책과 신용배분을 위주로 하는 가격 안정화 정책이고 다른 하나는 부동산에 대한 규제를 위주로 하는 규제정책이다. 

가격 안정화 정책은 금융통화위원회 결정에 의한 대출의 제한, 또는 금융감독원이 건전성 차원에서 실시하는 담보대출비율 규제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인다(협정문이 공개될 때 까지는 내용을 확실히 알 수 없다). 부동산 공급가격 상한제가 가격 안정화 정책에 포함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결국 이들 가격 안정화 정책 이외의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정책은 소송이 될 수 있는 셈이다. 

▲미국은 금리를 통해서, 우리나라는 규제를 통해서 부동산 정책 실행.

건교부에 따르면 미국은 금리정책을 통해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여러 공적 규제를 통해 부동산 정책을 수행하는 차이점이 있다. 이러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일인당 토지면적의 차이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우리나라는 토지가 좁기 때문에 여러 규제를 통해 정책을 수행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런데 미국과 우리나라의 이런 현실적인 차이를 무시하고 우리 협상단은 덜컥 투자자-국가 분쟁(ISD)을 협정문에 포함시켰다. 투자자-국가분쟁의 위험이 부동산 정책에 미칠 영향이 무엇인지 협상단은 모르고 있었다. 건교부도 모르고 있었다(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절차 점검 T/F 제1차 회의~제5차 회의 회의록).

나중에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문제제기로 T/F가 구성되고 나서야 건교부는 문제점을 지적하고 부동산 관련 모든 규제 정책을 소송 대상에서 제외시켜줄 것을 우리 쪽 협상단에 요청했다(같은 자료).

그러나 부동산의 계획과 사용(planning and use) 등 모든 부동산 정책을 소송의 대상에서 제외하자는 건교부의 요구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받아주었을 리가 없다. 협상단은 면피용의 최소한 형식만을 갖추기 위해 가격 안정화 정책은 소송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문구를 넣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부동산 정책 가운데 가격 안정화 정책만으로는 미국에서는 효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사실 가격 안정화 정책은 부동산 정책으로 사용되지만 거시금융정책이나 금융감독 정책에 가까운 것으로 봐야 한다. 말하자면 이것이 투자자 국가 분쟁의 부동산 정책과 관련하여 정부가 얻은 성과로 자랑할 것은 못된다는 얘기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가?
위헌 가능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부동산 규제정책이 소송의 대상이 되면 많은 문제점을 나타낼 것이다.

소송의 대상이 광범위하다.

건교부(투자자국가간 분쟁해결절차 점검 T/F 제2차 회의, 2006.8.17)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직접수용을 '공익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에서 다루고 간접수용은 조림제도, 도시계획제도, 부담금제도 등에서 각각 규율하고 있다.

따라서 도시계획제도나 부담금제도 등도 간접수용에 해당될 수 있다. 재건축 부담금 등 우리나라의 현행 건축규제가 간접수용에 해당할 가능성 있다는 것이 건교부의 설명이다. 건교부 조치 중 40% 공정진행 후 분양계약을 하도록 한 조치도 간접수용에 해당할 수 있다.

엄청난 재정 부담, 부동산 투기꾼엔 횡재.

건교부에 따르면 간접수용이 규제적수용까지 포함한다면 엄청난 소송사태로 이어질 것이라고 한다. 건교부가 규제정책을 수립하면서 소송을 피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소유자에게 막대한 보상을 해줘야 한다.

배상액을 산정할 때 미래의 기대이익이 포함되는지와 투자가치의 일부 감소만으로 수용으로 간주할 수 있는지는 협정문이 공개되어야 알 수 있지만 이런 것들까지 배상액에 포함되면 그 금액이 천문학적인 숫자에 이를 것이다.

집 없는 서민에게는 재앙.

정부의 부동산 규제정책이 소송의 대상이 되면 정부 정책은 크게 위축될 것이다. 정부는 국제적으로 소송 건수가 많지 않다는 사례를 들면서 큰 문제가 없을 것처럼 얘기하지만 그렇지 않다. 투자자 국가 소송제도는 존재 자체가 부동산 투기꾼에게 힘을 실어주는 것이며 정책 당국자에겐 큰 부담이 되기 때문에 규제정책을 펴기가 쉽지가 않다.

더구나 한번 규제를 푼 것을 다시 되돌리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리하여 모든 부동산 규제들은 차츰 풀릴 것이며 결국 가격 안정화 정책 수단만이 남을 것이다.

부동산 규제가 풀리면 부동산이 소수의 손에 집중되어 있고, 땅이 좁은 우리나라 현실에서 부동산 가격의 상승은 필연이다. 땅부자 1%는 헤아릴 수 없는 불로소득을 얻을테지만 집 없는 서민들은 집 장만의 길이 훨씬 멀어지지 않을 수 없다.

조준영기자 jjy@ak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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