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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장칼럼]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진실, 인권경찰로 거듭나는 계기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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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지적장애인이 포함된 스무 살 청년 3명은 20년 전 살인범으로 몰려 옥고를 치렀다. 당시 이들은 전북 완주군 삼례읍에 있는 슈퍼에 들어가 잠들어 있던 할머니와 딸, 사위를 위협해 금품을 훔치고 달아났고, 이 과정에서 할머니는 질식사했다. 이른바 '삼례 나라슈퍼 강도치사 사건'이다.


검찰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이들은 경찰의 폭행으로 거짓 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건 발생 17년이 지난 2016년 죄책감에 시달리던 진범이 나타나 협력하면서 천신만고 끝에 열린 재심에서 이들은 무죄 확정을 받았다. 무죄가 밝혀져 억울한 누명은 벗었지만, 살인범이라는 굴레 속에 살아온 이들의 인생이 보상 받을 길은 없었다.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며 거짓 자백을 강요한 경찰은 물론 부실 수사 논란 당사자인 당시 수사 검사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았다.

2000년 8월 전북 익산에서 발생한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역시 경찰이 폭행과 위법 수사로 소년에게 살인 누명을 씌운 대표적인 사건이다. '다방 꼬마'로 불렸던 15세 커피배달원 최모군은 실적에 눈이 먼 무자비한 공권력에 희생돼 10년을 복역했다.


전 국민의 기억 속에 각인된 '화성연쇄살인 사건'의 유력 용의자 이춘재의 등장으로 희대의 미제로 묻힐 뻔한 연쇄살인 사건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이와 함께 과거 무자비한 인권 탄압을 자행한 추악한 공권력의 이면도 새삼 조명되고 있다.


화성 사건의 유력 용의자가 밝혀진 것 이상으로 전 국민에게 충격과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8차 사건'의 범인으로 붙잡혀 20년간 옥고를 치른 윤모씨의 사연이다. 윤씨는 경찰의 고문과 협박, 폭행에 못 이겨 허위 자백을 했다며 2심 재판 과정에서부터 이를 주장했지만 결국 유죄를 선고 받고 20년을 복역했다.

재심 청구를 준비 중인 윤씨의 사건으로 인해 경찰의 반인권적인 강압수사 후유증으로 고통받거나 숨진 사연들까지도 속속 등장했다. 피해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들까지 포함하면 인권침해의 실태는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지난 7월 '경찰청 인권침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해산 보고회에 참석해 과거 쌍용자동차 파업, 용산참사, 고(故)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등의 피해자 유족들과 직접 만나 고개를 숙이고 사과했다. 역대 경찰청장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지난 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도 민 청장은 "강제수사 남용을 막겠다"며 인권경찰의 의지를 밝혔다.


과거에 비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 화성 사건의 진실과 함께 억울한 피해자가 있다면 진심 어린 사과와 보상을 통해 인권경찰로 거듭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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