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홍대에서 낯선 한국인 남성에게 폭행을 당한 대만의 한 유튜버가 한국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폭로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만 외교부는 피해자 지원에 나서는 한편 한국 당국에 자국민 안전 보장을 위한 조치를 요구했다.
16일 대만 매체 FTV뉴스 등 따르면 구독자 46만명을 보유한 유튜버 류리잉은 이날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폭행 피해 사실을 공개했다. 류리잉은 그간 한국의 뷰티, 음식, 생활 문화를 대만에 소개하며 활동해온 유튜버다.
영상에서 류리잉은 친구 두 명과 함께 서울 홍대 거리를 걷던 중 낯선 남성 두 명에게 불필요한 신체 접촉과 어깨동무 등을 당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불쾌감을 드러내며 멈추라고 얘기했지만 상대 남성이 갑자기 뺨을 때리며 폭행을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류리잉은 "그가 또다시 뺨을 때리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양측은 결국 몸싸움으로 번졌고, 경찰이 출동하기 전 류리잉은 함께 있던 친구들이 비자 문제로 불이익이 생길 것을 우려해 자리를 피하게 했다. 두 친구는 모두 취업 비자로 입국해있던 상황이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경찰의 대응은 실망스러웠다고 토로했다. 류리잉은 "경찰은 단순히 여권 번호만 적은 뒤 '이런 일은 흔하다, 울지 말고 집에 가서 쉬라'라고 했다"며 "CCTV조차 확인하지 않은 채 사건을 마무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상에서 "팔 전체가 심하게 멍든 상태"라며 팔과 가슴, 다리 곳곳의 심각한 타박상은 물론 손가락 골절상을 입었다고 전했다.
류리잉은 사건 직후 극심한 피로로 이틀간 잠을 잤다며 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받아 다시 경찰에 정식 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논란이 되자 대만 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린 자오홍 대만 외교부 동아시아태평양 국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주한 대만 대표부가 한국 경찰과 접촉해 법에 따라 처리하도록 요청했으며 류리잉에게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주한 대표부에 한국관광공사와 서울시 측과 즉각 협의해 자국민의 안전한 여행을 보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조치를 요구했다고 설명했다.
린 국장은 한국을 여행하는 국민에게 "여행 중 반드시 스스로 안전에 유의하고, 긴급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경찰에 신고하는 동시에 주한 대만 대표부 비상연락처나 주부산 사무처 비상연락처로 연락해 달라"라며 "필요할 경우 국내 가족이나 지인이 외교부 긴급연락센터로 연락해 지원을 요청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