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내 금융위원회 모습. 연합뉴스
"분위기가 좋지는 않습니다."
"지금 금융위원회는 '멘붕(멘털 붕괴)'입니다."
정부와 여당이 7일 금융당국 조직개편안을 발표하자 금융위 내부는 충격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재정경제부에서 금융위로 분리된 경험이 있는 과장급은 애써 감정을 추스르며 담담히 받아들이는 모습이지만, 금융위로 임관한 50기 이후 사무관들은 동요가 크다.
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개편안 발표 직후 국·과장을 불러 관련 내용을 공유하며 회의를 진행했고, 이후에도 다양한 경로를 통해 비공개 내부 소통을 이어가며 조직을 추스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금융 정책·감독 기능을 △재정경제부 △금융감독위원회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원 등 4개 기관으로 개편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는 내년 1월2일 자로 사실상 해체돼 재정경제부와 금감위로 흡수된다. 금융위 소속 공무원은 많아야 50여명만 서울에 남고, 나머지는 모두 세종청사로 옮기게 된다.
한 금융위 공무원은 "분위기가 당연히 좋지 않다"며 "서울에 몇 명이 누가 남게 될지, 재정경제부와 어떤 방식으로 합쳐질지, 조직개편 세부 내용에 대해 정보가 전혀 없는 점도 답답하다"고 말했다. 다른 부처 공무원도 "조직개편 발표 이후 충격이 크다"며 "외부에 표현하지 않지만, 내부 동기들 사이에서는 당혹감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금융위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연이어 칭찬하면서 조직이 유지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졌었다. 사무처장이 부위원장으로 승진했고, 금융위원장을 새로 임명하면서 조직 유지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그러나 조직개편이 확정되자 금융위 내부는 급격히 가라앉은 분위기다. 특히 젊은 사무관을 중심으로 사기가 저하된 모습이다.
금융위는 2008년 출범 당시 재정경제부 공무원과 다른 부처 공무원 일부가 함께 넘어왔다. 이들은 현재 주무부서 과장으로 성장했다. 과장 이상의 금융위 공무원들은 기획재정부와 통하는 정서가 있어 말을 아끼지만, 사무관은 상황이 다르다.
행정고시 50기 이후 금융위 사무관들은 재경직 공무원이지만, 기재부 대신 금융위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금융위가 서울에 위치하고, 금융정책을 밀도 높게 다루기 때문이다. 때문에 금융위 사무관들은 기재부와 금융위는 다른 조직이라는 공감대가 존재하고, 무엇보다 금융정책에 있어서 전문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
263명에 달하는 금융위 소속 공무원 중 20~50명만 서울에 남고, 나머지는 소속 부처가 변경돼 정부세종청사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출퇴근과 거주지에 대한 걱정도 크지만, 진로에 대한 고민도 무거운 분위기가 팽배하다. 기재부로 소속이 바뀔 경우 계속 금융정책만 전담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한 금융위 공무원은 "말을 꺼내기 조심스럽지만 기대했던 것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결론이 나 충격이 크다"며 "세부 내용조차 공유되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