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위원장이 최근 무기수 김신혜씨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를 두고 "형사 재심 제도의 중요성과 한계점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15일 안 위원장은 성명문을 통해 "형사소송법은 제420조에 재심 제도와 관련한 규정을 두고 있는데, 이 제도는 확정된 범죄일지라도 법원이 다시 판단할 수 있도록 해 수사기관의 불법적인 수사와 조작된 증거로 인한 잘못된 판결 등을 막는다"며 "이는 우리 사회의 정의 실현과 인권 보장을 위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씨는 2000년 3월7일 오전 1시께 전남 완도군 완도읍에서 수면제를 탄 술을 마시게 해 아버지를 살해한 뒤 버스정류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기소돼 2001년 3월 대법원에서 무기징역형이 확정됐다. 지난 6일 광주지법 해남지원에서 열린 재심 선고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복역 24년 만에 풀려나게 됐다.
안 위원장은 동시에 재심 제도의 한계와 현실도 지적했다. 그는 "김씨는 2001년 무기징역형이 확정된 후 계속해서 무죄를 주장했고 2015년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이 있었으나, 검찰의 불복과 재판 지연 등으로 올해 1월이 되어서야 무죄를 선고받고 석방될 수 있었다"며 "검찰이 법원의 이번 무죄 판결에 대해 불복함에 따라 재판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심 개시 결정 이후 재판 종결까지 오랜 기간이 소요되고 그 기간 피고인이 계속해서 구금 시설에 수감되는 것도 인권침해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김씨의 재심 절차는 아직도 진행 중이고 그동안 형 집행 정지 결정이 없어 재심 개시 결정이 있은 지 약 10년이 지나서야 석방된 점은 인권위의 결정이 이행되지 않은 사례"라며 "수사기관은 거의 모든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해 관행적으로 불복하고 있고, 법원이 재심 개시 결정을 하며 형 집행 정지를 하는 사례는 많지 않아 형사 재심 제도와 관행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8년 11월5일 김씨의 재심 개시 결정을 계기로 법무부 장관과 대법원장에게 ▲법원의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검사의 과도한 불복 관행·제도를 개선하고 ▲재심 개시 결정에 대한 불복 재판 절차를 신속하게 진행하며 ▲재심 개시 결정 시 적극적으로 형 집행 정지를 할 것을 권고 및 의견표명을 한 바 있다.
안 위원장은 "형사 재심 제도는 단순히 억울한 이들을 구제하는 것을 넘어 우리 사회의 정의와 인권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라며 "인권위는 재심 절차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촉진하고 제도적 개선 필요성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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