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 이길주 교수팀, 나노 구조 습도 센서 개발… 색상으로 습도변화 실시간 확인

부산대·광주과학기술원·나노종합기술원 공동 연구 ‘옵티카’ 저널 게재

나노구조 통한 高반응성, 高색재현율 구조색 기반 습도센서 개발 성공

전기나 배터리 없이 색깔만으로 습도 변화를 실시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개발됐다.


이 센서는 ‘하이드로겔’이란 특별한 물질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하이드로겔은 습도에 따라 부피가 변하는 성질이 있는데, 이 변화를 이용해 색깔이 바뀌도록 만든 것이다. 기존의 센서들은 색상이 제한적이고 반응 속도가 느렸지만, 연구팀은 하이드로겔에 여러 겹의 구조와 작은 나노 구멍을 추가해 센서의 반응성을 높였다.

특히 이 구조가 빨강(R), 초록(G), 파랑(B) 같은 다양한 색깔로 표현되도록 해 색깔을 더 생생하게 볼 수 있게 만들었다. 또 이 나노 구멍 덕분에 물 분자가 하이드로겔에 직접 닿을 수 있어 습도에 더 빠르게 반응한다.


빛을 이용한 구조와 정밀한 공정 기술로 만들어진 이 센서는 기존 방식보다 습도를 빠르게 감지하고 색도 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으며, 온도나 압력 측정 센서에도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대학교 전기전자공학부 전자공학과 이길주 교수 연구팀은 광주과학기술원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송영민 교수팀과 나노종합기술원 강일석 박사팀과의 공동 연구를 통해, 습도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구조색 기반 고(高)반응성, 고(高)색재현율 구조색 기반 습도 센서 개발에 성공했다고 15일 말했다.

(왼쪽부터)이길주 교수, 송영민 교수, 강일석 박사, 남희준 석사과정생, 고주환 박사.

(왼쪽부터)이길주 교수, 송영민 교수, 강일석 박사, 남희준 석사과정생, 고주환 박사.

원본보기 아이콘

패브릿 패롯 공진 구조 기반 금속-하이드로겔-금속 구조는 하이드로겔의 부피 변화 특성을 활용해 공진 두께에 따라 색상이 변하는 습도 반응성 구조색으로 제시돼 왔다. 그러나 기존 구조는 반사 색상이 감산색(減算色, CMY, 사이안-마젠타-옐로우, 색을 섞을수록 어두워짐) 기반이어서 표현할 수 있는 색상이 한정적이고, 최상단 금속층이 물 분자가 하이드로겔 층으로 침투하는 것을 방해해 반응성이 낮은 단점이 있었다.

이에 연구팀은 금속-하이드로겔-금속 구조에 손실 매질을 추가해 다층 파노 공진 구조를 구현하는 것으로 반사 색상을 가산색(加算色, RGB, 빨강-초록-파랑, 색을 섞을수록 밝아짐) 기반 색상으로 변화시켜 센서의 색재현률을 높였으며, 물 분자가 하이드로겔 층과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는 나노 홀 통로를 만듦으로써 반응성을 높였다.


손실 매질은 빛이나 에너지가 통과할 때 일부가 흡수되거나 분산돼 사라지는 물질이다. 빛이 이 매질을 통과하면 그 빛의 에너지가 완전히 반사되거나 투과되지 않고 일부가 없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손실 매질은 빛과 상호작용해 고유의 공진 현상을 만들고, 이 과정에서 에너지를 흡수하거나 소모하게 된다. 이를 통해 다층 구조와 결합하면 더 높은 색재현율을 가지는 구조를 구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특정 파장의 빛을 효과적으로 흡수하거나 반사해 구조의 색상을 변화시키는 데 활용된다.


파노 공진(Fano resonance)은 연속 에너지 상태 구조(손실 매질)와 이산 에너지 상태 구조(금속-하이드로겔-금속)의 결합을 통해 발생되는 공진 현상으로, 각각의 구조 에너지 상태와 결합의 정도에 따라 공진 결과가 달라지는 특성이 있다. 이에 연구팀은 공극률에 따라 광특성이 달라지는 다공성 손실 매질을 사용해 색재현율이 높은 반사 색상을 만들어 내는 파노 공진을 설계했으며, 빗각 증착 방식을 통해 다공성 손실 매질을 구현했다.


한편 다층 파노 공진 구조에 통로 구조를 추가할 경우 파노 공진 영역이 감소하게 돼 원치 않는 반사로 인해 색 재현율이 낮아지게 된다. 이와 관련해 연구팀은 편광 방향에 무관하게 동일한 플라즈모닉 공진을 일으키는 나노 홀 구조를 설계함으로써 파노 공진을 유지하며 더 높은 색순도를 가지는 반사 스펙트럼을 디자인해 색재현력과 반응성을 함께 높였다.


나노 홀 패턴은 수백 나노미터(nano, 10-9) 크기로 구성돼 기존의 노광 방식으로는 오랜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 실제로 구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연구팀은 롤 투 플레이트 나노 임프린트 리소그래피(Roll-to-plate nano imprint lithography) 공정 방법을 사용해 마치 도장을 찍듯 롤이 돌아가며 미리 도포된 감광 용액 층에 패턴을 빠른 시간에 대면적으로 전사할 수 있었다.


정밀한 광학 구조 설계와 반도체 공정 기술을 집약해 제작된 초고속 파노 공진 비색 습도 센서는 표준 RGB(standard RGB) 색 영역에서 141%의 높은 색 표현력과 287ms의 반응시간, 87ms의 회복 시간을 보였다.


부산대 이길주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는 다층 파노 공진 구조와 나노 홀 구조를 접목함으로써 기존의 비색 습도 센서의 한계를 획기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광주과학기술원 송영민 교수는 “해당 기술은 습도 측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재를 활용해 온도 및 변형률 측정 비색 센서 개발에도 사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어 나노종합기술원 강일석 박사는 “본 연구는 세 공동 연구 기관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며, 특히, 나노종합기술원의 숙련된 나노공정 기술이 획기적인 기술 개발에 크게 기여할 수 있게 돼 기쁘다”며 해당 연구 성과가 협업의 결과임을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부산대 이길주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송영민 교수, 나노종합기술원 강일석 박사가 교신저자, 부산대 남희준 석사과정생, 광주과학기술원 고주환 박사가 제1저자로 참여했다.


한국연구재단의 기초연구실 심화형 사업/한우물파기기초연구/ 나노 및 소재기술개발사업 전략형/세종과학펠로우십, 부산대 BK21 FOUR 대학원혁신지원사업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광학·포토닉스 분야에서 권위 있는 미국 광학회가 발행하는 학술지 ‘옵티카(OPTICA)’ 10월 20일 자에 게재될 예정이다.

초고속 파노 공진 비색 습도 센서 모식도.

초고속 파노 공진 비색 습도 센서 모식도.

원본보기 아이콘
초고속 파노 공진 비색 습도 센서 반응.

초고속 파노 공진 비색 습도 센서 반응.

원본보기 아이콘




영남취재본부 조충현 기자 jchyoung@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