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비롯한 친한(친한동훈)계는 '한남동 라인'으로 불리는 김건희 여사 측근 인사들에 대한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대통령실에 각을 세웠다.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의 반발에도 발언 수위를 높이는 막후에는 3일 앞으로 다가온 재·보궐 선거가 있다. 지지율이 추락한 윤석열 대통령과 '거리두기'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1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김 여사는) 공적지위가 있는 사람이 아닌데, 라인이 존재한다고 국민이 기정사실화하는 것 자체가 국정 신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그런 라인은 존재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대표는 앞서 지난 12일 "대통령실의 인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이른바 '한남동 라인'을 직격한 바 있다.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실 비서관, 행정관 등 7명을 김 여사의 측근인 이른바 '한남동 라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다만 한 대표는 해당 7명에 대한 인적쇄신을 뜻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7명이라는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윤 대통령과의 독대에서도 김 여사 라인으로 꼽히는 인사들에 대한 쇄신을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독대 자리에서) 의제가 없기 때문에 민생과 민심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지 않을까 싶다"며 가능성을 내비쳤다.
반면 친윤계 좌장 격인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 대표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을 향해 '국민이 납득할 만한 결과를 내놔야 한다'라고 말한 것을 두고 "평론 수준의 정치나 하는 것이 당 대표와 그 측근의 역할인가"라고 비판했다. 반면 한 대표는 권 의원의 발언에 대해 "탄핵 공포 마케팅"이라며 "권 의원이야말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던 분"이라고 일축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실과 김 여사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은 10·16 재·보궐 선거에서 중도층 표심을 얻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전통적으로 보수 텃밭이었던 부산 금정구청장 선거에서도 야권의 단일화에 따라 박빙 양상으로 흘러가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한 대표 취임 후 치르는 첫 선거인 만큼 결과가 안 좋을 경우 한 대표 리더십에 치명상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한 대표는 "정부와 여당은 민심에 맞게 쇄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