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넥타이 멘 꽃제비"…밀수로 생활비 번 탈북 외교관 '증언'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
작년 탈북해 한국 망명…일본 요미우리 인터뷰

“월급은 500달러(약 67만 원)였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쿠바산 시가를 밀수했다.”


한국으로 망명한 리일규 전 쿠바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가 해외 파견 생활을 할 당시 생활비를 벌기 위해 밀수를 해야 했을 만큼 열악했던 상황에 대해 증언했다.

리 전 참사는 9일 공개된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에서 “김정은이 북한 주민을 기근에 빠뜨린 채 사치스럽게 살고 있다. 그의 딸 주애가 고급스러운 옷을 입고 간부들의 경례를 받는 모습에서 북한 주민은 거부감을 느낀다"며 "독재체제는 무너져야 한다"고 발언했다.


주쿠바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1월 망명한 리일규 전 참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NK포럼에서 '북한 김정은 실정 평가'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주쿠바 북한대사관에서 근무하다가 지난해 11월 망명한 리일규 전 참사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 NK포럼에서 '북한 김정은 실정 평가'를 주제로 발언하고 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이어 “걸맞은 보수를 받지 못하고 활동하는 북한 외교관은 넥타이를 멘 꽃제비”라며 “해외에서 북한 외교관들은 곱지 않은 시선을, 한국 외교관들은 환영을 받는다. ‘난 한국에서 왔다’고 말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현재 북한 내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반감이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리 전 참사에 따르면 북한 외교관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한 부류는 외무성이나 대외경제성에서 해외로 파견되는 ‘정통 외교관’, 다른 하나는 국방성 소속 무관과 핵무기 제조 등에 관여해 자금을 조달하는 ‘비정통 외교관’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기념하는 경축공연과 연회가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노동당 창건 79주년을 기념하는 경축공연과 연회가 지난 10일 노동당 중앙간부학교에서 진행되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1일 보도했다. [사진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

한편 리 전 참사는 2016년 탈북한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당시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 이후 국내로 들어온 최고위급 외교관이다. 리 전 참사는 태 전 의원과 북한에서 함께 탁구를 치며 친분을 가진 인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리 전 참사가 망명한 당시 태 전 의원은 “북한 외무성에서 김정일, 김정은도 알아주던 쿠바 전문가”라며 “김정은에게 올라가는 중남미 지역 문제와 관련한 많은 문건을 그가 직접 작성했다”고 밝혔다.


이후 리 전 참사는 10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가 개최한 긴급 정세 토론회에서 "해외에 나가 있는 파견자들을 끊임없이 포섭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해외 파견자들에게 외부정보를 끊임없이 주입함으로써 그들이 평양에 돌아가서 지인, 동료, 가족들에게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통일방안 및 세계변화에 대해 설명해주는 것이 좋은 방식"이라고 했다.


또 "북한 주민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사례를 대대적으로 선전함으로써 북한 내부 동요를 일으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최근 외교관을 포함한 고위급 탈북민이 급증한 상황에 대해서는 "아침에 한번, 저녁에 한 번씩 현지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전화해서 알아보는 식의 감시밖에는 할 수 없는 게 북한 정권의 안타까운 현실"이라고 말했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