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로나' '투게더'로 유명한 빙그레 가 부당내부거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김호연 회장의 세 자녀가 소유한 계열사에 불공정한 방식으로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이다.
올해 2월 아이스크림 가격 담합으로 유죄 판결을 받고, 6월 장남인 김동환 사장이 경찰관 폭행 물의를 빚은 데 이어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쓰며 전성기를 누리는 빙그레의 성장일로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13일 식품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빙그레와 물류 계열사 제때의 부당내부거래를 조사하고 있다. 빙그레가 제때에 불공정하게 일감을 몰아줬다는 것이 핵심 의혹이다.
2006년 빙그레가 인수한 제때는 빙그레와 빙그레 자회사 해태아이스크림 등과의 내부거래를 통해 외형을 키워왔다. 처음에는 물류 회사로 시작했지만 지난해 콘 과자 제조사 동광실업을 인수하는 방식 등으로 제과 사업을 확대하며 매출을 증대시켰다.
그 결과 지난해 기준 매출은 4017억원으로 이 중 1005억원이 빙그레(해태아이스크림 포함)에서 비롯됐다. 내부거래 비중이 25%에 이르는 셈이다.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9.3%, 32.4%에 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제때가 내부거래 물량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빙그레의 부당개입이 있었는지, 납품가격 등 계약 조건이 과거와 어떻게 달라졌는지를 집중 조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1월 해태아이스크림에 40년간 부라보콘 콘 과자를 납품한 동산산업과의 계약 종료다. 해태아이스크림은 이후 제때가 인수한 동광실업에 대한 주문 물량을 늘렸다.
동산산업 측은 이 사태가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라며 공정위에 민원을 제기한 상태다. 반면 빙그레는 '단가 인상 요구에 따른 조처'일 뿐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빙그레 관계자는 "동산산업은 기존에도 타 업체보다 더 높은 콘 단가를 받아왔는데 지난해 단가 인상을 요구하면서 불가피하게 거래처를 변경하게 됐을 뿐"이라며 "현재 제때의 콘 단가가 기존 동산산업보다도 낮다"고 설명했다.
빙그레의 해명에도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 공정위 조사로 이어진 원인에는 제때의 특수성이 있다. 빙그레의 3대 주주이기도 한 제때의 주인은 김 회장의 세 자녀다. 장남 김 사장이 33.34%, 장녀 김정화 씨와 차남 김동만 씨가 각각 33.33%의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업계는 제때가 내부거래를 통해 몸집을 키워 향후 빙그레 최대 주주로 올라서면 3세 승계 작업에서 핵심 역할을 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빙그레는 이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빙그레 관계자는 "공정위가 빙그레와 제때 간 부당지원행위를 조사하고 있지만 2021년도에도 비슷한 조사 결과 무혐의 처분을 받은 바 있다"면서 "조사에 성실히 임해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빙그레는 1967년 설립 이후 현재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매출 1조3939억원, 영업이익 1123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빙그레의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었다. 미국과 중국 등 해외 시장에서 메로나와 투게더 등 아이스크림과 '바나나맛 우유' 등 유제품 판매량이 급증한 결과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빙과류 수출액 9248만달러(약 1245억원) 중 빙그레가 절반이 넘는 5171만달러(약 696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부당내부거래 의혹으로 공정위의 칼날이 빙그레를 향하면서 3세 경영에 제동이 걸렸다는 우려도 나온다. 더군다나 김 사장은 지난 6월 경찰관 폭행으로 물의를 일으키며 재판을 앞두고 있다.
김 사장은 서울 용산구 이촌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술에 취한 채 소란을 피우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주민들 신고를 받고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은 김 사장을 집으로 보내려고 했지만 김 사장은 “내가 왜 잡혀가야 하느냐”며 경찰관을 폭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장은 2014년 빙그레에 입사했고, 구매부 과장과 부장 등을 거쳐 2021년 1월 임원으로 승진했다. 올해 3월 사장이 되면서 3세 경영이 본격화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빙그레 관계자는 "올해 10월 중순 첫 재판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빙그레는 지난 2월 롯데웰푸드 등 아이스크림 제조사들과의 가격 담합 및 입찰 방해 혐의가 인정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는 등 악재가 끊이지 않고 있다. 유죄 판결로 벌금 2억원이 선고됐고 임원 최모 씨의 경우 징역 1년·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국내 4대 아이스크림 제조사가 오랜 기간 가격 인상, 상대방 거래처 영업 금지, 마진율 담합, 판촉 행사 제한을 결의하고 행동했다"며 피고인들의 위법 행위를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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