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단]참을 수 없는 통일의 가벼움

北 주민 빈곤 허덕 생존 몸부림
南 청년·탈북민 구조적 약자 전락
사회 경제구조 성찰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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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누구나 부르던 통일에 염원을 담은 안병원 작곡, 안석주 작사의 동요 ’우리의 소원’은 사실 그 원곡이 77년 전 ‘우리의 소원은 독립’이라는 역사를 우리는 잘 알지 못한다. 한 나라의 독립처럼 통일도 그만큼 절실한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현시점 우리 국민은 대부분 통일에 별로 관심이 없다. 습관처럼 쉽게 통일을 논하던 정치권마저도 요즘은 통일을 언급하지 않는다.


북한의 실정도 마찬가지다. 정권 유지에 전념한 북한은 지금 더 통일을 언급하지 않는다. 인터넷 등 통신기술과 저장매체의 발달로 남한의 경제 발달에 대한 정보는 물론 K-팝과 K-드라마로 대변되는 우리의 대중문화 침투를 더 막기 힘든 상황이다. 이를 접한 어린 청소년마저 공개 처형하는 비극적 모습은 이러한 급박한 상황에 대한 반증이다. 죽음의 공포마저 이겨낸 북한 내에서의 대중문화의 파급은 과거 종교적 순교를 넘어선 문화적 순교가 되었다. 통제된 사회에서 문화에 대한 갈증은 종교에 대한 갈증보다도 강한 결코 억압할 수 없는 인간의 본성이 된다.

반면 북한에서도 2002년 이후 성장한 시장경제가 이제 그 뿌리를 내리고 있다. 최근 북한경제의 80%가 개인 간 화폐 및 물물 거래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통계가 있다. 자녀의 생계유지를 위해 산에서 나물과 약초를 캐서 팔거나, 간부로부터 유출된 담배 등 물품과 중국에서 넘어온 물자를 지하 경제에서 거래하며 시작된 여성들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이제는 북한 당국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로 성장한 것이다. 최근 군대를 활용한 건설업 호황도 북한경제 성장에 일조한 모습이다. 평양은 이제 미국 맨해튼과 비유된 신조어로 ‘평해튼’이라 불리기도 하고 더 “평등의 도시’가 아닌 “욕망의 도시”로 불린다. 하지만 이러한 일부 경제 성장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집권층에 집중된 북한 주민의 빈곤한 실상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우리는 과연 다른가? 작년 기준 1% 미만 최상위 부유층 집단이 가계 총금융자산의 59%를 점유한다. 이들의 부동산자산은 총 2543조 원 규모이고 급격한 증가세로 2019년에 비하면 약 900조원이 증가했다. 부의 집중에 따른 자산소득의 증가는 근로소득에 대한 의지마저 꺾고 젊은 청년의 경제활동 참여 포기로 이어진다. 현 시장구조에서는 근로소득의 상당 부분이 부유층의 자산소득으로 반강제적으로 이전된다. 적당한 보유세 부과로 다주택 등 투기성 부동산 소유에 대한 관리 감독 의지마저 없는 대한민국 정치권과 정부에서는 더 청년은 희망이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설사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경제구조는 북한의 주민을 인도적인 차원에서 받아드릴 준비가 되어 있을까? 탈북민의 현실을 살펴보자. 최근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과 서울연구원 등 조사에 따르면 지난 1년간 생계유지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은 탈북민 비율이 무려 65.5에서 69.4%에 이른다. 서울 소재 탈북민의 37.7%는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이고 이들 반 이상이 한 달 생활비 규모가 100만원 미만이라고 한다. 이들 중 자살을 시도한 경우도 한해 10여명에 이른다.

시장경제는 결코 약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우리 청년과 탈북민 모두 경제성장의 그늘에서 구조적 약자가 된다. 부의 집중으로 인한 시장의 착취 동기는 독재권력에 의한 착취의 악행을 넘어선다. 이에 따른 보완은 결국 정부의 의지와 우리 구성원의 공동체 의식에 있다. 출생률 저하에 따른 인구 감소와 지방소멸 등 우리 경제는 위기에 직면해 있다. 이 시점에서 통일의 필요성도 제고된다. 이에 구성원 모두 함께하는 사회를 위한 우리 경제구조에 대한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규일 미시간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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