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제2차관이 전공의 집단사직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의료대란과 관련해 책임을 통감한다면서도, 야당 의원들의 사퇴 촉구에는 즉답을 피했다. 정부가 의료계를 향해 대화를 촉구하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의료현장 복귀는 회의적인 가운데 환자들은 신속히 의료공백 사태를 마무리 지어달라고 호소했다.
박 차관은 8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의료대란에 대해 누군가는 책임져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의를 받자 "담당 차관으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면서도 거취 표명에는 말을 아꼈다.
박 차관은 "공무원은 직분을 맡은 이상 직무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직위에 있는 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했고, 서 의원의 거듭된 사퇴 확답 요구에도 "인사에 대해선 말씀드릴 사항이 아니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앞서 전날 국감에서도 조 장관 역시 사퇴 요구를 받자 "지금 의료 현장이 급박하게 돌아가는데 스스로 거취를 밝히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된다"며 "책임진다는 자세로서 의료 공백이 최소화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이날 의료대란 장기화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큰 혼란이 벌어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 장관은 "전공의들의 이탈로 의료인의 수가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의료 서비스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 역량이) 집중되고 있다"며 "우려하는 것만큼의 큰 혼란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현장 의료진의 헌신과 국민들의 협조로 잘 유지되고는 있지만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공의들이 복귀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의료개혁이 의료민영화의 수순이 아니냐는 질문에는 "지금 하려는 것은 필수의료·지역의료 확충"이라고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조 장관은 "의료민영화 추진 근거로 제시되는 건강보험 당연지정제를 폐지한다거나, 병원 영리 영역을 허용한다거나, 실손보험 규모를 키워 민간보험의 비중을 넓힌다고 하는 것은 의료개혁하고는 전혀 상관없다"며 "전혀 오해가 없길 바란다. 그런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선 법률 개정이 필요한데 추진할 생각도 없다"고 답했다.
이날 국감장에 출석한 참고인들은 의대 증원 갈등과 전공의 사직 등으로 인한 환자들의 피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의·정 대화를 촉구했다.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환자들은 우리의 생명이 의정 갈등으로 희생돼도 좋을 하찮은 것이라는 사실을 지난 8개월 동안 느낄 정도로 참담한 심정"이라며 "여야의정 협의체나 의료개혁 특별위원회에서 2026년도 정원을 과학적 근거와 투명한 절차에 기반해 논의하자"고 말했다.
정부의 의대 증원안과 관련, 점진적인 증원을 제안한 권정현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은 "정부가 추진하는 구조 개혁을 통해 의료 인력이 얼마나 더 필요할 것인가를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고 의사들을 설득하면서 논의의 장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사직 전공의인 임진수 대한의사협회 기획이사는 "정부가 의료계와 대화하려는 시도를 자기들 안에서 차단하고 있고, 인제 와 내놓은 대책이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하겠다는 것"이라며 "(상황이) 돌아가는 꼴을 보면 회의적이다. 의사 전문성에 대한 모욕이다"고 비판했다.
의정 갈등과는 별개로 이재명 대표의 헬기 이송 특혜 공방도 계속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1월 부산에서 흉기 테러를 당한 이 대표를 서울대병원까지 헬기로 이송한 것은 과도한 특혜라고 공격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를 악마화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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