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의학이 발달해도 인간의 최대 수명에는 한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최근 국제 학술지 '네이처'에 실린 연구 결과에 따르면, 21세기 들어 선진국 시민의 평균 기대수명 증가율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대수명 자체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장수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100세'에 도달할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스튜어트 올샨스키 미 일리노이시카고대 공중보건대 교수팀은 최근 전 세계 고소득국가의 평균 기대수명 추세를 분석한 결과를 '네이처 노화'에 공개했다.
기대수명은 특정 연도 출생자가 이후 생존할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수명이다. 19세기 중반까지 인간의 기대수명은 20~50세로 현재의 절반 이하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나 20세기부터 발전한 공중보건, 의학 덕분에 기대수명은 거의 30년 이상 증가했다. 지금은 선진국 시민 대부분이 80세 안팎의 기대수명을 누린다.
그러나 20세기에 이뤄냈던 인류의 '장수 기적'에는 한계가 존재할지도 모른다. 1990년부터 2019년까지의 기대수명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1990년 이후 기대 수명의 개선은 둔화했기 때문이다. 의학 자체는 계속 발전하고 있으며 신생아 사망률도 줄어들고 있지만, 수명 증가에 대한 '저항'도 점차 커지고 있다.
특히 2010년 이후 미국의 기대수명 증가율은 비교군으로 삼은 다른 9개 선진국보다 더 크게 둔화했으며, 한국도 2000~2009년보다 2010~2019년의 기대수명 증가율이 감소했다.
실제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생명표' 자료를 보면, 한국인의 평균 기대수명은 1970년 62.3세에서 2010년 80.2세로 40년에 걸쳐 20년 가까이 증가했다. 그러나 2022년 기대수명은 82.7세로, 최근 10년 사이 증가 폭이 확연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기대수명 자체는 꾸준히 개선되고 있으나, 장수의 상징인 '100세'에 도달할 인구는 매우 적을 것으로 보인다. 21세기 이후 선진국 출생자 중 기대수명이 100세를 넘을 것으로 예측되는 비율은 여성 15%, 남성 5% 미만에 불과했다. 2019년 출생자를 기준으로 놔도 홍콩이 여성 12.8%, 남성 4.4%로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한국은 평균 3%대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인간의 생물학적 노화 과정 자체를 크게 늦추지 않는 한 21세기에 극적인 수명 연장은 불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순히 병환을 치료하고 위생 등 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는 수명 연장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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