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이 오는 11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데다 우리 물가도 확연히 안정세를 보여 기준금리 인하 여건이 강화됐다는 분석이다. 우리 내수경기 부진이 지속되는 것도 한은이 더이상 금리 인하를 늦추기 어려운 요인이라는 평가다.
아시아경제가 국내외 경제연구소·주요 증권사·은행 등의 경제 전문가 20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4일까지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75%인 15명이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종전 3.50%에서 3.25%로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했다. 나머지 5인은 이달 동결을 예측했다.
한은이 이번에 기준금리를 내린다면 2020년 5월 이후 4년5개월 만에 첫 금리 인하다. 2020년 한은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금리를 0.50%까지 인하한 바 있다. 이후 고물가 우려로 기준금리를 작년 1월까지 3.50%로 올렸고 올해 8월까지 13회 연속 금리를 동결했다.
전문가들은 지난달 미국의 기준금리 빅컷(기준금리 0.5%포인트 인하) 이후 한은의 금리 인하 여건이 상당히 충족됐다고 평가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미국이 금리를 내리면서 한은도 이달 기준금리를 내릴 환경이 마련됐다"며 "미국뿐 아니라 주요 선진국의 금리 인하 움직임과 국내 내수부진 등 여러 가지 환경을 고려할 때 한은도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의 정책 여력이 확대된 만큼 10월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물가가 확연한 안정세를 보이는 것도 금리 인하를 불러오는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전년 대비 1.6%로 2021년 3월(1.9%) 이후 3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1%대로 내려왔다. 한은의 물가 목표치인 2.0%도 크게 밑도는 수치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향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2%를 밑돌다가 연말로 갈수록 기저효과 등으로 2% 안팎 수준에서 등락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조용구 신영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경기 연착륙 전망의 큰 변화는 없는 가운데 9월 물가상승률이 1.6%까지 둔화하며 물가안정 기조가 강화됐다"며 "미국이 빅컷 이후에도 추가로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여 한은이 10월 금리 인하를 시작할 명분과 분위기가 강화됐다"고 평가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물가가 목표수준인 2% 내외로 수렴하면서 제약적으로 금리수준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이 형성됐다"고 진단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도 "물가 상승률이 목표를 하회하는 수준으로 집계됨에 따라 10월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경기 불확실성 요인의 부각으로 경기 관련 금리 정책의 대응 역시 인하에 무게를 둘 수 있고 물가안정으로 인해 경기 요인에 대한 대응이 종전보다 용이해졌다"고 설명했다.
최근 가계부채가 증가세가 둔화를 보이는 데다가 한은이 내수 부진을 더 두고 보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평가도 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영업일수를 감안한 9월 5대 은행 가계대출 증가액은 지난 8월 대비 57% 수준으로 급락하며 정부 정책의 효과가 확인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상승률도 쇼크 수준으로 내려와 한은이 10월에 금리 인하를 개시할 가능성이 높다"며 "10월 0.25%포인트 인하에 이어 11월에도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강조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한은의 연 1회 금리 인하 예상되는 가운데, 11월보다 내수 진작 효과 클 10월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주택담보대출 증가세 역시 9월부터 둔화되고 있어 10월 인하 부담이 낮아졌다"고 주장했다.
박상현 iM증권 전문위원도 "물가가 안정되면서 내수 부양의 필요성이 강화되고 있어서 한은이 10월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통위원들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친 것도 10월 기준금리 인하 전망의 근거다. 신성환 한은 금융통화위원은 지난달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상승세가 확실히 둔화할 때까지 기다리기엔 우리 경제에 여유가 없다"며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힌 바 있다. 장용성 한은 금통위원도 금융안정 상황보고서를 통해 금리를 내려서 발생할 수 있는 금융불균형은 주택공급과 가계부채 관리 정책 등 선제적인 정부정책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비쳤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위원은 "금통위 내부에서도 통화정책에 대한 컨센서스가 인하로 기울어지고 있다고 판단한다"며 "한은이 이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10월 금리 동결을 전망한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부담을 꼽았다. 한은이 가계부채 증가세가 둔화되는 것을 조금 더 확인하고 11월께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 동결, 11월 인하를 예상한다"며 "부동산 관련 여러 대책과 규제들이 시행됐지만 이와 관련한 영향 및 효과를 확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도 "가계부채 증가세 둔화 확인이 필요하나 10월 금통위까지 지표로 확인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어 10월 금리 동결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건 연구원도 "인플레이션 안정화 등 금리 인하를 위한 일부 여건들이 충족되고 있으나 가계부채 문제로 10월보다는 11월 인하 가능성이 클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도 "금통위 날인 10월11일까지 금융안정 관련 데이터 추세를 확인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10월 동결, 11월 인하를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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