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안 주면서 일은 엄청 시켜"…줄사표에 비상 걸린 美 비밀 경호국

높은 업무 강도, 낮은 보수에 베테랑들 이탈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잇따른 피습 사건으로 미 비밀경호국(SS)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이들의 경호 실패는 예고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SS는 대선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정상회의에 이르기까지 올 한해가 그들에게 역사상 가장 바쁜 해 중 하나가 될 것이란 걸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준비돼 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SS가 극심한 인력 유출로 베테랑 요원들이 대거 이탈한 상태에서 2024년을 맞이했다는 설명이다.

[이미지출처=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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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년간 SS에서 퇴직한 직원은 최소 1400명으로 전체 직원(7800명)의 18%에 달한다. 최근 20년간 SS의 인력 유출 중 최대 규모다. 지난해 7월 킴벌리 치틀 당시 SS 국장이 조직원 전체를 대상으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인력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는 메일을 보낸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전·현직 SS 직원들은 이러한 인력 유출의 주된 원인으로 높은 업무 강도와 낮은 보상, 경영진의 인사 실패 등을 지목했다. 경호 업무 특성상 초과 근무가 빈번함에도 근무 수당 지급이 밀리는 것은 부지기수며 무급으로 처리되는 경우도 흔하다는 것이다. 미 연방법집행관협회(FLEOA)가 지난달 SS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4%가 지난해 초과 근무 수당 상한을 넘어서 근무했으며, 이에 지급받지 못한 근무 수당만 3만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SS는 이처럼 극심한 업무 강도로 인해 조직을 떠난 이들의 공백을 은퇴자들을 재고용해 메꾸고자 했으나 오히려 역효과가 났다. 은퇴 후 SS에 재입사하면 퇴직 연금과 근로 임금을 동시에 받을 수 있다는 소식에 현직 직원들이 너도나도 퇴사 행렬에 합류한 탓이다. 심지어 재고용 된 직원들은 인력이 급한 경호 업무가 아닌 사무직이나 신입 교육직으로 배정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담당 경호 요원이었던 크리스토퍼 맥클레닉은 "현직에 있을 당시 은퇴 후 재고용돼 SS 사무실 벽을 칠하는 일을 하는 요원을 본 적이 있다"며 "연방 계약 역사상 가장 비싼 화가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밖에 경호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을 낙하산 인사로 꽂는 부정부패, 낡은 경호 장비와 미흡한 훈련 제도 등도 인력 유출의 원인으로 꼽혔다.


NYT는 "이번 여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두 건의 암살 시도는 시크릿 서비스의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며 "최근 SS 직원 수가 8100명에 이르며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긴 했지만, 긴급 초과 근무 요청 없이 조직이 원활하게 운영되는 데 필요한 1만 명보다 여전히 적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달 15일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 있는 본인 소유 '트럼프 인터내셔널 골프클럽'에서 골프를 치던 중 두 번째 암살 시도를 모면했다. SS 요원들은 이날 트럼프 전 대통령으로부터 300여m 떨어진 덤불 사이로 튀어나온 AK-47 소총 총구를 발견, 선제 대응한 뒤 용의자를 붙잡았다. 지난 7월13일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설 도중 피격당한 뒤 두 달 만에 또다시 발생해 경호 실패 논란을 재차 불러일으키고 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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