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가 더 문제…'배추값 2만 원' 이유 밝힌 최재천 교수

"환경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훼손 안 해야"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기후 위기로 인해 생태계가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야생 동식물은 기후변화에 대응해 조금씩 이동하며 생존하고 있지만 사과, 배추같이 인간이 길러서 수확하는 농작물은 변화하지 못하고 작황부진에 고스란히 노출돼 물가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는 등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작황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는 등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것이 작황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이미지출처=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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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생태원장을 지낸 최 교수는 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육상 동물들이 위도·고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위도가 높은 곳으로 이동하는 동물들은 면적이 넓어서 괜찮은데 산으로 올라가는 동물들한테는 문제가 생겼다"고 말했다. 그는 "산으로 올라갈수록 면적이 줄어든다"며 "경쟁 상태가 돼서 동물들이 죽어 나가는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참 씁쓸하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야생식물도 기후변화에 대응해 선선한 북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했다. 그는 "적응을 못 한 야생식물은 고사하고, 살아남은 아이들은 점점 분포를 북쪽으로 늘려가고 있다"고 했다.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 사진=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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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인간이 기르는 작물의 경우 기후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어 문제가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이 2만원을 넘는 등 농산물 가격이 폭등하는 것도 작황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라며 "작물은 인간이 옮겨주지 않으면 안 된다. 농부들은 작년처럼 잘될 줄 알고 그 자리에서 그대로 농사를 지었는데 작황이 안 좋은 이런 일을 지금 계속 당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다른 요인 때문이 아니라 작황 자체가 굉장히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사과는 원래 대구인데, 이제 대구 사과는 거의 없고, 지금은 강원도 비무장지대 근처에서 사과 작황이 제일 좋다"고 덧붙였다.

이번 세기 안에 6차 대멸종 올 것이라고 예측한 최 교수는 "환경은 미래 세대로부터 빌려 쓰는 것"이라며 "'훼손을 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디폴트는 내 게 아니니까, 후손의 거니까 일단 안 하는 게 원칙이고 못하는 게 원칙"이라며 "우리 사회에서는 (훼손)하는 게 너무 당연하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런 말장난할 여지가 이제는 없다"고 경고했다.





윤슬기 기자 seul9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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