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MBK파트너스 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 이 영풍 측 공개매수 가격보다 비싼 값에 자기주식 공개매수를 추진하기로 의결했다. 영풍 측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고려아연이 본격적인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이에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공개매수를 저지하기 위한 추가 가처분 신청을 내고, 공개매수를 결의한 고려아연 이사진에 대해 배임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
2일 고려아연은 “총 발행 주식의 15.5%인 320만9009주를 주당 83만원에 사들이겠다”고 공시했다. 영풍 측 공개 매수 가격인 주당 75만원보다 8만원(11%) 높은 가격이다. 총 취득 규모는 2조6634억원이다.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기한은 오는 4일부터 23일까지다. 베인캐피탈과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번 자사주 취득은 향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베인캐피탈의 최대 취득 예정 주식 수는 발행주식 총수의 약 2.5%(51만7582주)다. 현재 영풍·MBK파트너스의 지분율을 33.1%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우호 지분을 포함해 33.9%가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 같은 공시는 이날 서울중앙지법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 뒤 나왔다. 앞서 영풍 측은 자신들의 공개매수 기간(9월13일~10월4일)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가처분을 냈는데, 재판부는 이 기간에 고려아연도 자사주 매입을 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고려아연이 영풍에 속한 계열사인 특별관계인이기 때문에, 자본시장법상 자사주 매입이 불가능하다”는 취지의 영풍 측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고려아연이 주당 83만의 공개매수를 의결하자, 영풍 측은 재차 반격에 나섰다.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자사주 매입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하라는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최윤범 회장 측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별도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해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 행보에 제동을 걸겠다는 의도다.
또한 최윤범 회장 등 자사주 매입 공개매수에 찬성 결의를 한 고려아연 이사진을 상대로 형사 고소도 진행했다. 투자은행(IB) 업계와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날 영풍·MBK 측은 특정경제범죄법 위반(업무상 배임)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영풍과 MBK 측은 “자사주는 취득 후 6개월이 지나야 처분 가능한데,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이전 시세로 돌아가는 경향을 감안한다면 이번 고려아연의 자사주 매입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한다”는 취지로 주장한다.
반면 고려아연은 “자사주 매입 시 시가보다 높게 자기주식취득 가격을 정해도, 회사의 주주에게 이익을 돌려주는 행위인 만큼 배임 자체가 성립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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