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종일 게임만 하며 돈도 버는 직업은 이미 존재한다. e스포츠 구단 소속 프로 게이머는 국제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오는 '전문' 스포츠 선수의 반열에 올랐으며, 게임 제작 산업에 종사하는 수많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기획자도 매일 수도 없이 자기 게임을 플레이한다.
하지만 게임 산업 종사자는 어디까지나 '제품'으로서의 게임을 검증하는 과정만 담당할 뿐이다. 여러 게임을 두루 즐기는 것 자체가 일인 직업도 있다. 바로 게임 품질 관리(QA) 서비스다.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거의 모든 제품이 품질 관리 과정을 거치듯이, 게임도 당연히 QA를 진행한다. 게임의 QA는 완성 직전의 게임을 먼저 플레이한 뒤, 불편한 점이나 버그 등 미흡한 부분을 개발자들에게 보고하는 과정을 거쳐 이뤄진다. QA를 통해 게임은 비로소 하나의 '제품'으로 완성되고, 안정된 품질로 소비자들에게 조달될 수 있다.
QA는 게임 산업의 역사와 궤를 같이해 왔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QA가 엄연한 '하나의 직업'으로 평가받게 된 건 최근 일이다. 비디오 게임이 이제 막 태동하기 시작한 20세기 후반엔 QA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으며, 21세기 초반에도 QA에 대한 투자는 매우 소극적이었다. 게임 개발팀 스스로 짬짬이 게임을 플레이하며 '겸사겸사' QA를 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하지만 게임 산업의 규모가 커지고, 투입되는 인원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엄격한 QA 없이 게임을 발매하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최근 대형 게임은 200~400명, 최대 1000명 이상의 초대형 스튜디오급 인원이 투입되는데, 이에 따라 개발 과정에선 균일한 소프트웨어 품질을 통제할 수 없는 탓이다.
QA 과정을 소홀히 했다가 위기에 몰린 사례도 있다. 도시 개발 시뮬레이션 인기 게임인 '심시티(2013)'는 미흡한 서버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소비자의 반발에 직면했고, 2020년 출시한 오픈 월드 게임 '사이버펑크'도 미흡한 점을 제때 해결하지 못해 약 10억달러의 잠재 수익을 잃었을 것으로 추산된다.
최근의 게임 QA는 겸사겸사하는 일이 아닌 엄연한 게임 개발 과정의 하나로 취급된다. QA 과정 자체가 너무 복잡해지다 보니 게임 회사 자체적으로 감당할 수 없어 다른 기업에 아웃소싱을 맡기는 일도 늘었다. 이제는 QA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게임 기업도 탄생했을 정도다.
다만 게임 QA는 이제 순수한 '게임 플레이'와는 다소 거리가 멀어졌다. 오늘날 게임은 PC나 게이밍 콘솔이 아닌 스마트폰으로 즐기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스마트폰 게임의 경우 그 무엇보다도 '신속한 테스트'와 '최적화'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즉, 게임을 꼼꼼히 플레이해 개선해야 할 점을 파악하는 일보다는, 고객이 원하는 시간 내에 구동 테스트를 마치고 게임 애플리케이션(앱)이 작동 환경 내에서 안정적인 성능을 내는지 검증하는 테스트 엔지니어에 가까운 성격이 됐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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