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년간 한국에서 창출한 경제적 가치 131조원, 일자리 55만2000개." 지난 30일 구글코리아가 법인 설립 20주년을 맞아 공개한 지표다. 구글코리아는 20주년을 기념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구글 포 코리아(Google for Korea) 2024’ 행사를 열었다.
구글은 한국에서 일군 눈부신 성과를 강조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엑세스 파트너십의 분석을 인용해 자사 제품과 서비스로 지난 한 해에만 37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만들어냈다고 했다. 구글 애드를 통한 광고 효과, 구글 플레이에서 애플리케이션(앱)을 유통한 개발사 매출 등을 포함한 것이다. 지난해 우리나라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약 2400조원이었다. 수치만 보면 구글코리아 법인 하나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의 1.5%를 책임진 셈이다.
그렇다면 구글이 한국에서 거둬들인 수익은 얼마나 될까. 회사가 큰 경제적 가치를 창출했다는 것은 국내 이용자가 그만큼의 대가를 지불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구글은 지난 20년간 이를 제대로 밝힌 적이 없다. 지난해 구글코리아가 공시한 매출은 3653억원이다. 그러나 이는 실제 매출과 큰 갭이 있다. 주요 수입원인 앱 마켓 수수료와 유튜브 광고 수익, 유튜브 구독료 등을 싱가포르에 있는 아시아·태평양 법인 매출로 잡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매년 세금 회피 논란이 반복된다.
기울어진 성과 평가는 이뿐만이 아니다. 구글코리아는 지난 20년의 성과를 담은 리포트를 통해 "안드로이드 생태계로 삼성이 전 세계에 모바일 기기를 수출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고 밝혔다. "유튜브를 통해 K-팝 스타와 크리에이터들이 전 세계를 사로잡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구글플레이로 앱 개발자의 글로벌 진출을 지원했다"고도 강조했다.
완전히 틀린 얘긴 아니지만 한쪽 면만 드러낸 평가다. 구글은 아이폰과 애플스토어로 모바일 생태계를 장악한 애플에 대항하기 위해 삼성과 손을 잡았다. 유튜브에는 한국 영화나 드라마를 요약한 불법 콘텐츠를 방치하며 수익을 공유한다. 앱 개발자에게는 자사 결제 시스템을 이용하도록 강요하면서 결제액의 30%를 떼간다.
구글이 국내 디지털 환경과 IT 산업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그만큼 그늘도 짙다. 법인세 논란을 비롯해 인앱결제 강제, 끼워팔기, 망 사용료 갈등이 반복되고 있다. 유튜브를 통한 가짜뉴스, 유해 콘텐츠 문제도 심각하다. 그러나 20주년 행사에선 이에 대한 언급조차 없었다. 앞으로의 20년에 대해선 "한국의 디지털 혁신을 지원하고 함께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을 뿐 거대 플랫폼으로서 어떻게 책임을 다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들어볼 수 없었다. 허울뿐인 숫자, 일방적인 소통을 내세운 20주년 행사는 빛바랜 자축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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