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이 무산된 KB금융 의 주가 향배에 시장이 주목하고 있다. KB금융은 올해 들어 정부가 추진한 밸류업 프로그램에 선도적으로 보폭을 맞춘 금융사로 평가받았지만, 최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밸류업 지수 구성 종목에선 제외됐다. 전문가들은 “지수 편입 제외로 주가 변동성이 커졌지만, KB금융의 주가 등락은 결국 주주환원율의 지속적인 확대 여부에서 갈릴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KB금융은 오는 24일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밸류업 공시’를 병행할 예정이다.
올해는 금융업종을 둘러싼 경제 환경의 변동이 큰 해였다. 특히 미국 기준금리 인하 등 거시경제 변화에 대한 시장 주목도가 컸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여러 대내외 환경 변화를 고려하면, 금융 섹터(업종)에 접근할 땐 ▲금리 하락에 따른 영향 ▲밸류업 관점에서 자본 활용의 효율성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선 연초부터 정부 주도로 밸류업 프로그램이 전개됐다. 연초부터 금융당국이 추진한 정책으로, 핵심은 ‘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상장사에 혜택을 준다’는 것이다. 이에 금융주에선 1등 종합금융그룹의 지주사 KB금융가 발 빠르게 움직였다. 지난 5월 전산업권 처음으로 밸류업 예고 공시를 했고, 총 72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하는 등 적극적인 주주환원책을 발표했다.
주가도 반응했다. 지난 5월2일 종가 7만2300원을 기록한 KB금융은 밸류업 프로그램에 동참하며 지난 7월29일 9만800원까지 주가가 상승했다. 지난 8월 초 ‘블랙먼데이’로 전체적인 주가가 하락하며 KB금융의 주가가 급락했지만,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감으로 다시 상승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한국거래소가 발표한 코리아 밸류업 지수 100개 구성 종목에선, KB금융이 빠져 시장에 충격을 줬다. 밸류업 지수의 기준과 타당성에 대한 논란이 거듭됐고, 급기야 양태영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시장본부 본부장이 지난달 26일 오후 여의도 서울 사옥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해명했다. KB금융 등이 자기자본이익률(ROE)과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이 미달했다는 이유였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지수 발표 시의성도 문제지만 구성 종목에 대한 시장의 의구심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며 “수익성과 자본효율성, 주주환원율 등을 고려한 지수에 편입될 만한 웬만한 금융사에 대한 기대감은 연초부터 꾸준히 반영됐기에, 지수 출시로 인해 주가 상승보다는 단기적으로 차익 시현 매물 발생 가능성 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임팩트보다는 지속성에 무게를 뒀다. 기업가치 제고에 대한 올바른 방향성으로 꾸준히 투자자와 소통하는 기업에 대한 신뢰는 지속해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결국 시장은 향후 주주환원 시행 여부가 더 중요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의 밸류업에서 중요한 것은 단순히 지수 편입 여부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향후 주주환원율이 얼마나 지속 가능하고 의미 있는 폭으로 확대될지가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설용진 연구원은 "총액 기준 균등 배당 정책으로 주주환원 규모의 하방이 확보된 상황에서 자사주 매입·소각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으로 주주가치 제고를 추진한 만큼 밸류업 관련 기대감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밸류업 지수도 참고 사례다. 최정욱 연구원은 “JPX 프라임 150 지수에 일본 은행주가 단 한 곳도 들어가 있지 않지만, 지난해 3월 일본거래소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이후 일본 은행이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등 총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면서 일본 대형은행인 MUFG와 SMFG의 주가가 평균 80% 추가 상승했다”며 “일본 두 은행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현재 0.8배를 웃도는데, KB금융은 연초 이후 주가가 50% 상승하고도 여전히 PBR은 0.5배 내외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리아 밸류업 지수 편입이 무산되면서 계획보다 더 전향적으로 주주환원율 확대를 도모할 공산도 커졌다”며 “시장 기대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준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향후KB금융에 대한 투자의견은 대부분의 전문가가 긍정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예상치 못하게 지수에서 빠져 주가가 약세를 보였지만, 자본 여력이 충분하고 주주환원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저가매수’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혜진 연구원은 “궁극적으로 PBR 및 자기자본수익률(ROE)가 낮은 기업을 제외했는데, 이를 끌어올리게 유도하는 것이 지수의 최종 목표인 것이다. 결국 제외된 종목들 사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KB금융은 내달 밸류업 공시가 예정됐다. 조기 공시 특례 조건을 충족해 내년 6월 지수에 포함될 수 있다”고 밝혔다.
KB금융의 올해 전체 예상 지배순이익은 4조8702억원으로 지난해보다 5.1% 늘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발 금리 인하로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예상되지만, 다각화된 비은행 포트폴리오로 안정적인 ROE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설용진 연구원은 “금리 하락에도 NIM은 작년과 비슷한 수준에서 방어할 수 있을 것”이라며 “향후 안정적인 ROE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주주환원 확대 기조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지배주주순이익은 지난해 동기보다 20.3% 증가한 1조6530억원으로 예상한다. 손해보험 자회사는 대형화재로 인한 손해율 상승과 희망퇴직 비용 등이 발생하겠지만, 기타 자회사 실적이 개선세를 이어가며 비이자이익이 지난해 동기보다 25.8% 늘겠다”며 “다른 경쟁사와 달리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추가 충당금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정광명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주주환원율은 이미 발표된 자사주 매입 7200억원과 연간 배당금 1조2000억원을 고려할 때 약 38%가 전망된다”며 “내년 총주주환원율 4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상대적으로 높은 자본비율을 고려하면, 내년 이후에도 은행 중 가장 높은 총주주환원율을 기록할 것”이라며 “올해 주주환원 규모는 이미 발표됐지만, 지난 분기에 발표한 4000억원의 자사주를 매입 중이다. 아직도 약 2400억원의 자사주 매입이 남아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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