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부터 초등학교 3~4학년과 중·고등학교 1학년을 대상으로 도입되는 'AI(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를 두고 교육계에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학부모, 교원단체 등에서는 충분한 검토 없이 AI교과서를 도입했을 때 학생들의 문해력 저하, 디지털 중독과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또 교과서 심사부터 선정, 도입까지 1년이 채 안 되는 기간을 두고 '졸속 도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교육부는 지난해 6월 디지털 교육혁신을 위해 2025년부터 AI 디지털 교과서의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로드맵에 따르면 지난해 시범교육청과 디지털 선도학교를 선정하고 올해 상반기까지 AI 디지털 교과서 검정 공고 및 심사를 마쳤다. 이밖에도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위한 'TOUCH 교사단'을 선발해 디지털 교육 연수를 실시했다. 교육부는 오는 8~9월 기초조사 및 본심사, 10~11월 수정본 검토를 거쳐 최종 합격 공고는 11월29일 관보를 통해 게재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내년 도입을 앞두고 교육계 일각에서는 반발이 계속되고 있다. 앞서 지난 5월 국민동의청원 시스템에는 '교육부의 2025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유보에 관한 청원'이 제출됐다. 청원의 최종 동의 수는 5만6605명으로 30일 이내 5만명 이상의 동의로 국민동의청원으로 접수돼 지난 6월 교육위원회에 회부됐다.
실제 교육계에서도 도입 시기 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심사 및 수정본 검토 기간은 각각 2개월 남짓에 불과하다"며 "교육부는 실현 불가능한 2025년 상반기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을 즉각 중단하고 관련 사업의 전면 재검토에 나설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전교조는 "지난해 교육부는 AI 디지털 교과서 추진 방안을 발표하면서 AI 디지털 교과서와 서책형 모두 8월 말 검정 심사를 완료하겠다는 로드맵을 냈지만 일정이 미뤄졌다"며 "당초 6개월로 제시했던 AI 디지털교과서 현장 적합성 검토 시한이 3개월로 반토막이 났다"고 충분한 검토가 이뤄질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지난 11일 교원 역량 강화 연수를 1회 이상 참여한 교사 1794명을 대상으로 지난 9~10일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연수 참여 교사 94%가 디지털 교과서 전면 도입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의 76%가 디지털 기반 수업이 공교육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변했으며, 80%의 교사가 디지털 기반 수업이 혁신적인 수업 방법이 아니라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교사노조는 앞선 논평을 통해 "스페인 발렌시아대는 지난해 12월 디지털 독서가 종이책 읽을 때만큼 독해력이 향상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며 "AI 디지털교과서를 활용한 교육이 학생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아직 검증된 결과가 없다"고도 지적했다.
지난달 국회입법조사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법적 성격과 입법 과제' 보고서를 발간해 "모든 학교에 의무적으로 AI 디지털교과서를 선정·공급하도록 하는 정책이 서책형을 포함한 교과용 도서 발행 전반에 미칠 우려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학교의 선정권을 존중하는 등 교육적 재량을 확보하기 위해 교과용 도서가 아닌 교육 자료로서 도입되도록 하고 충분한 사회적 논의를 거친 뒤 현장에 안착할 수 있도록 중장기적인 대안이 강구돼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사처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AI 디지털 교과서의 '독립형' 선정 방식이 대통령령인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에 따라 AI 교과서가 독립적인 교과서로서 법적 지위를 부여받은 것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도 꼬집었다.
정을호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디지털 교과서로 인한 디지털 기기 중독, 부실 검증 등이 우려돼 도입을 저지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2일 국회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AI 디지털 교과서 도입에 대한 질의가 이어졌다. 이에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최형두 국민의힘 의원의 '디지털교과서를 통한 교육으로 게임에 몰입될 수는 없나'는 질문에 "우려하시는 중독같은 (문제점은) 거의 없다"며 "학습의 경우에 디지털 기기 활용은 디지털 역량을 갖추게 하는 굉장히 좋은 수단"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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