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은 떨어져 살던 가족이 오랜만에 모이는 명절 연휴다. 모두가 덕담으로 시작해 덕담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배려가 없다면 말다툼에 감정의 골까지 생기기 마련이다. 추석에 웬만하면 하지 말아야 할 것들, 조심해야 할 것들이 따로 있다. 결론을 말하면 차 조심, 사람 조심, 입 조심, 병 조심 등이다.
지난해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9월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역에는 고향으로 향하는 귀성객들이 두손가득 선물을 들고 열차에 탑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다들 고향은 간다…돈과 선물 들고
주말을 포함해 5일 연휴이다 보니 가족, 고향을 찾는 이들이 많다. 삼성카드가 회원에 물은 결과, 응답자의 64%는 ‘추석 연휴에 가족친지를 방문하겠다’고 했다. 가족·친지 방문 외에도 ‘가족·친지와 식사(26%)’, ‘휴식, 여가생활(18%)’, ‘국내·외 여행(10%)’, ‘평소와 같이 근무(6%)’ 등을 꼽았다. 10명 중 9명가량은 선물·용돈을 준비하고 있으며 금액별로는 10만~30만원(32%)이 가장 많았고 ‘30만~50만원(29%)’, ‘50만~100만원(23%)’, ‘10만원 이하(9%)’, ‘100만원 초과(7%)’ 순이었다. 2명 중 1명(49%)은 용돈을 준비했다고 답했으며, ‘용돈과 선물을 같이 준비(33%)’, ‘선물만 준비(19%)’ 순이었다.
◆지갑은 얇아졌다
시간, 비용, 노력이 들어가지만 직장인들의 지갑은 예전보다 얇아졌다. 추석 상여금 지급계획 조사 결과(커리어 플랫폼 사람인, 470곳 대상)를 보면 상여금 지급 기업은 전체의 47.7%였다. 사람인이 지난 201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이유로는 ‘선물 등으로 대체하고 있어서’(40.7%)를 가장 많이 꼽았고 ‘사정상 지급 여력이 없어서’(28.0%), ‘명절 상여금 지급 규정이 없어서’(24.0%), ‘위기경영 중이어서’(17.5%), ‘상반기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9.8%) 등의 순이었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기업의 18.3%는 지난해 상여금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는 기업 224곳의 평균 지급액은 66만5600원이었다.
◆부담되는 건 사실
5일간의 긴 추석 연휴에 뭐가 부담일까(SK커뮤니케이션즈 ‘네이트Q’ 조사). 응답자 중 52%는 ‘부모님과 친인척 선물 및 용돈’이라고 했다. 이어 ‘명절 음식 준비에 대한 부담’(22%), ‘귀성길 스트레스(10%)’, ‘친인척들의 잔소리(9%)’ 역시 명절에 빠지지 않는 부담이었다. 여성의 응답자의 경우 26%가 ‘명절 음식 준비’를 추석 명절이 부담스러운 이유로 답한 반면 남성 응답자는 10%에 그쳤다. 또한, 취업이나 연애, 결혼 등에 대한 고민이 많은 20대의 경우 추석 명절이 부담스러운 가장 큰 이유로 ‘명절 잔소리’를 꼽았다.
◆일하거나 공부하거나
MZ들의 추석은 직장인과 달랐다. 알바생 10명 중 8명(78%, 알바천국 조사)은 추석 연휴에도 근무한다고 했다. 추석에 일하는 알바생 중 64%는 기존에 약속된 요일과 시간대로 근무한다고 답했고 11.9%는 초과 근무를, 8.9%는 단축 근무를 한다고 각각 응답했다. 기존 알바를 쉬는 대신 새로운 단기 알바를 뛴다는 응답은 10.4%에 달했다. 4.8%는 원래 하던 알바를 그대로 하면서 새로운 단기 알바를 병행한다고 답했다. 알바를 하지 않는 이들 가운데 추석 연휴를 앞두고 새롭게 알바를 구하려는 구직자는 10명 중 4명꼴로 나타났다.
민족최대명절인 추석을 일주일 앞둔 10일 서울 광진구 동서울우편물류터센터 관계자들이 추석선물과 택배물품 분류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우정사업본부는 이번 추석을 앞두고 약 1,925만개의 소포 우편물 접수를 예상하고 오는 20일까지 전국 집중국과 우체국 비상근무에 들어갔다. 사진=조용준 기자 jun21@
원본보기 아이콘공무원시험이나 자격증을 준비하는 2040남녀 가운데(지난해 에듀윌 조사)에서는 2명 중 1명이 추석연휴 중 가족·친척을 피해 집이 아닌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겠다고 했다. 공부 장소로 독서실(27.7%)과 무인카페·편의점(7.2%)이 뒤를 이었다. 이들 역시 추석 연휴를 부담스러워하는 이유로는 ‘가족과 세대 간 갈등으로 인한 정신적 스트레스’(28.9%), ‘이동 시간과 친척 집 방문으로 인한 시간적 부담’(27.2%), ‘장시간 운전 또는 음식 장만 등 육체적 노동’(22.8%)이 꼽혔다. 특히 20~30대 취준생들의 경우 취업 눈치가 보인다고 답하기도 했다. 명절 때 가족 간 갈등을 일으키는 대화 단골 소재로는 ‘연봉, 회사 규모 등 취업 관련’(42.1%)이라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이어 ‘대학 입시나 성적’(15.8%), ‘결혼 여부 및 시기’(14.9%), ‘정치적 견해’(13.2%)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은 사법시험이 없어지면서 고시생들이 줄었지만 공무원, 경찰, 회사 취업 준비생들이 여전히 꿈을 키우며 살고 있다. 옛 고시원들은 원룸 건물로 개축되어 거리를 메우고 있다. 사진=허영한 기자
원본보기 아이콘◆너 보니 힘 난다 vs 애는 언제쯤
추석 때 듣고 싶은 말과 듣기 싫은 말(2016년 유한킴벌리 조사)도 있다. ‘추석 때 가장 듣고 싶은 말’로는 "너희 보니 힘이 나"(28%), "연휴도 긴데 여행이나 다녀오렴"(17%), "갈수록 예뻐진다"(15%), "음식은 나가서 사먹자"(13%), "용돈 받아가라"(12%) 등이 꼽혔다. 반면에 ‘추석 때 가장 듣기 싫은 말’에는 "애는 언제쯤? 둘째는?"(23%), "살쪘네" (20%), "자주 좀 보자"(18%), "결혼은 언제 할 예정이니?"(14%), "취업은 했니?"(13%) 등이 선정됐다. 취준생들이 마음은 어떨까. 취준생의 추석 계획(캐치 조사)조사를 보면, 가장 듣기 싫은 명절 잔소리는 ‘OO이는 이번에 취업하니?’와 같은 ‘취업 잔소리’가 47%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연애/결혼 잔소리’가 17%였고, ‘타인과의 비교’, ‘외모 지적’ 등의 의견도 있었다.
◆명절 지나면 이혼 늘어난다?
명절과 이혼의 상관관계는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최근 10년간 추이를 보면 추석 이후에 이혼 건수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2014년(9월 8일 추석)의 경우 9월(9889건)보다 10월(1만27건)이 더 많았다. 2015년(9월 27일)에는 9월(8809건)보다 10월(9789건)이 많았지만 11월(9096건)을 감안하면 딱 맞다고 할 수 없다. 2016년(9월 15일)의 경우도 9월(9107건)보다 10월(8942건)이 적었다.
반면에 2017년(10월4일)은 10월(8351건)보다 11월(9139건) 이혼이 늘었다. 2018년(9월24일)의 경우는 9월(7826건)과 견줘 10월(1만548건), 11월(1만87건) 이혼 건수가 크게 늘었다. 2019년(9월 13일)에도 9월(9010건)에 비해 10월(9859건), 11월(9199건)의 이혼 건수가 늘었다. 코로나가 한창이던 2020년과 2021년, 2022년은 오히려 줄거나 의미있는 증가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가장 최근인 2023년(9월 29일)에는 9월(7503건)과 10월(7916건), 11월(7923건) 의미있는 분석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대신 이혼전문 변호사들은 명절 이후에 상담 건수가 증가한다는 말을 한다. 최근 화제가 된 ‘굿파트너’를 집필한 최유나 변호사는 2019년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면서 "명절 후 이혼 상담이 평소 대비 2배로 많아진다"면서 "명절을 계기로 감정의 골이 깊어지면서 이혼을 결심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서로 가치관이 다른 세대가 한데 모이는 명절에는 기존의 부부 갈등에 고부 갈등, 장서(장모-사위) 갈등 등이 더해져 이혼을 결심하는 사람이 늘어난다"고 했다.
정부가 추석 연휴 응급환자가 몰릴 것을 대비해 11일부터 2주간 '추석명절 비상 응급대응 주간'을 운영하기로 했다. 11일 오전 서울 고대안암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앞이 조용하다. 사진=허영한 기자 younghan@
원본보기 아이콘◆아프면 안돼
추석에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요한 한 가지는 "아프지 말아야 한다"이다. 대형병원들은 ‘정상 진료’를 하고 동네 병원들도 지난 설 연휴보다 갑절 이상 문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응급실 뺑뺑이’에 대한 불안감이 크다. 대한응급의사학회의 조사결과를 보면 수도권 의료기관 응급실 의사의 97%는 추석 연휴를 위기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비수도권의 경우 94%가 위기 상황이라고 했다. 응급의사회는 "평소 2만명 근처인 응급실 일일 내원 환자 수가 연휴에는 작년 기준 3만명까지 증가했다"며 "지금도 진료에 차질이 있는데 (추석 연휴엔) 일평균 1만명의 환자가 응급진료를 받지 못하게 될 상황인 것"이라고 말했다. 9월 14일부터 18일까지 닷새간 이어지는 추석 연휴 기간에는 이른바 ‘토요일·야간·공휴일 진료비 가산제도’가 적용돼 진료비 부담도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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