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태풍 '야기'에 베트남 초토화…59명 사망·실종

LG전자 현지 공장 등 산업계도 피해

슈퍼태풍 '야기'가 베트남을 강타하면서 철교가 붕괴하고 버스가 급류에 휘말리는 등 피해가 막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잇따른 사고에 사망·실종자는 최소 59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 기업 공장을 비롯한 현지 산업계도 타격을 입은 가운데 추가 폭우가 예상되면서 곳곳에 산사태 위험 경보가 켜진 상태다.


9일(현지시간) AP·AFP 통신과 베트남뉴스통신(VNA),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에 따르면 야기가 지난 7일 베트남 북부에 상륙한 이후 이날까지 59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응우옌 호앙 히엡 농업농촌개발부 차관이 발표했다.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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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북부 푸토성에서는 베트남 북부 최대 강인 홍강을 지나는 퐁차우 철교가 무너져서 트럭 등 자동차 10대와 오토바이 2대가 강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구조 당국은 현장에서 3명을 구조해 병원으로 옮겼으나 나머지 차량 승객 등 13명은 실종 상태다.


길이 375m 다리의 절반 이상이 무너졌으며 홍수로 일부 교각이 떠내려간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지나던 한 차량 블랙박스 영상에는 다리가 무너지면서 앞서 달리던 트럭이 강물로 떨어지고 바로 그 뒤를 가던 오토바이가 간신히 추락을 모면하는 장면이 담겼다.


시민 팜 쯔엉 선은 오토바이를 몰고 이 다리를 지나가다가 요란한 소음을 들었고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강물에 떨어졌다고 VN익스프레스에 말했다. 선은 "강바닥까지 빠져들어 가는 느낌이었다"라면서 간신히 헤엄쳐서 물에 떠 있는 바나나 나무에 매달린 끝에 구조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날 오전 북부 까오방성에서도 승객 등 20명을 태운 버스가 산사태로 생긴 급류에 휘말렸다. 당국은 구조대를 급파했지만, 산사태로 사고 현장 접근이 지체되는 모습이다.


전날에는 북부 라오까이성 유명 관광지인 사빠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6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북부 호아빈성 산간 지역에서도 산사태에 주택이 매몰돼 일가족 4명이 숨졌다. 또 꽝닌성에서 5명, 하노이시에서 4명 등이 산사태나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에 깔려 변을 당했다. 이 밖에 최소 299명이 부상했다.


농업농촌개발부에 따르면 수도 하노이의 나무 2만4807그루, 하이즈엉성 4만여그루, 박닌성 3만1860그루 등 지금까지 나무만 12만1700그루 가까이가 쓰러진 것으로 집계됐다.


산업계의 피해도 상당하다. 베트남 북부 제2의 도시이자 최대 수출항인 하이퐁에서는 태풍 피해로 사업체 수십 곳이 이날 조업을 재개하지 못했다고 관영 일간 라오동이 전했다. 특히 이곳에서는 강풍으로 LG전자 공장 일부가 무너진 것을 비롯해 몇몇 공장의 천장이 날아가고 공장 설비, 완제품이 물에 젖는 손해를 입었다.


하이퐁과 이와 인접한 꽝닌성에서도 전봇대들이 강풍에 쓰러져 전력 공급이 차질을 겪는 등 조업 재개에 난항을 겪고 있다. 현지 당국은 태풍에 따른 이 지역 산업계의 피해 규모를 추산 중이며, 초기 집계 결과 100곳 가까운 기업이 태풍 피해를 본 것으로 파악됐다. 전날 팜 민 찐 베트남 총리는 하이퐁을 방문, 462만달러(약 62억원) 규모의 시 복구 지원 예산을 승인한 상태다.


민가는 정전에 시달리고 있다. 관영 베트남전력공사(EVN)에 따르면 지난 7∼8일 가구 등 약 570만 고객이 정전 피해를 겪었고 이날도 북부 베트남 주민 약 150만 명이 전력 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주택 9851채가 산사태나 강풍으로 부서지거나 침수됐고, 꽝닌성에서는 어선 25척이 침몰했다. 이 밖에 하이퐁과 꽝닌성 여러 지역을 비롯해 하노이·타이빈성·하이즈엉성 등 곳곳에서 인터넷·모바일 통신이 끊기는 등 피해가 속출했다.


히엡 차관은 "(태풍)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면서 "각 지역 당국은 지역 주민들과 그들 자산의 안전을 떠받치고 보장하기 위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번 인명 피해는 야기가 베트남 북부 주요 지역에 최고 시속 166㎞의 강풍과 300㎜ 이상의 폭우를 몰고 오면서 확대됐다. 특히 북부 호아빈성·선라성에서는 무려 강수량이 430∼440㎜에 이르는 호우가 쏟아졌다. 베트남 기상청 관계자는 "지난 30년간 베트남에 상륙한 태풍 중 야기가 가장 강력했다"고 평가했다.


향후 추가 폭우도 예고된다. 베트남 기상 당국은 향후 24시간 동안 북부 랑선성, 까오방성, 옌바이성, 타이응우옌성 등지에서 208∼433㎜의 폭우가 더 쏟아져 홍수가 발생할 위험성이 클 것으로 예측했다. 특히 북부 25개 성 중 꽝닌성 등 17개 성 130개 지역에서 폭우로 흠뻑 젖은 흙이 산사태를 일으킬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했다.





김진영 기자 camp@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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