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기애애했던 '尹-기시다' 고별 만남…과거사 문제, 여전히 숙제

기시다 퇴임 앞두고 1박2일 마지막 방한
총리 바뀌어도 '한일관계 발전' 공감대 형성
사도광산, 강제징용 등 과거사 언급 없어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유코 여사가 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유코 여사가 6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만찬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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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박2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에게 '앞으로도 한일 관계 발전을 위해 계속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양 정상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양국 관계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확인했고 '재외국민보호 협력각서' 체결, '출입국 간소화 방안' 모색 등 구체적인 성과도 냈다. 하지만 관심을 모았던 '사도 광산' 등 역사 문제는 회담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해 반쪽짜리 만남이란 지적도 나온다.


적극적인 기시다…"차기 총리 누구든 한일관계 중요"

기시다 총리는 지난 6~7일 방한 일정을 마무리한 뒤 자신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윤 대통령, 김(건희) 여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며 "앞으로도 일한 관계가 더욱 발전하도록 힘써달라"고 적었다. 그러면서 "이번에 세 번째 한국을 방문했고 윤 대통령도 두 번 일본에 왔다"며 "특히 긴자에서 스키야키(일본식 고기전골)를 부부가 함께 먹은 것은 즐거운 추억"이라고 회상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방한 기간 엑스에 한일 관계와 관련한 메시지를 4개나 올릴 만큼 적극적으로 행동했다. 연임을 포기해 이달 말 임기를 마치는 기시다 총리는 재임 기간 가장 큰 성과 중 하나인 한일관계 개선 작업을 마무리하기 위해 이번 방한을 강하게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취임 뒤 12차례나 정상회담을 할 만큼 '브로맨스'를 과시해왔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도 지속적인 한일관계 개선 방침을 다시 확인했을 뿐 아니라 구체적인 실질 협력 방안도 마련했다. 제3국 위기 발생 시 자국민 대피·철수를 위해 상호 협력하는 내용의 재외국민보호 협력각서를 체결하고, 국내 공항에서 일본 입국 심사를 미리 할 수 있는 '사전입국심사제도' 도입 등 출입국 간소화 방안을 모색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확대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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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한 기간 중 소화한 소인수회담, 확대회담, 만찬 등 일정에서도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한일관계 발전을 위해 화합해야 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3월 윤 대통령이 한일관계 개선에 큰 결단을 내린 이후 양국 협력이 크게 확대됐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와 함께 일궈온 성과들은 대통령에 취임한 이후 가장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 정상은 일본 총리 교체 후에도 협력을 계속할 것이란 입장을 확인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기시다 총리가 "일본의 다음 총리가 누가 되든 한일 관계의 중요성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 역시 "후임 총리도 한일관계 발전의 흐름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기시다 총리가 역할을 해 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기시다 총리는 "기꺼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언급 없었던 사도광산, 강제징용…野 "끝끝내 사과 없어"

하지만 이번 회담에선 일본 사도광산 유네스코 등재 과정에서 불거진 대일 외교 논란 등은 언급되지 않았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사도광산 등재는 치열한 협의와 합의를 통해서 이미 7월에 일단락됐기 때문에 정상 간에는 언급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도광산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됐던 장소다. 일본 정부는 올해 이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데 성공했다. 한국 정부도 여기에 동의했지만 일본이 관련 전시물에 조선인 노동자 '강제' 동원이라고 명시하지 않아 굴욕 외교 논란이 일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저 자신은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수많은 사람이 대단히 힘들고 슬픈 경험을 하신 것에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1998년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은 역대 일본 내각의 입장을 전체적으로 계승하고 있음을 명확히 말씀드렸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소인수 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소인수 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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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 같은 기사다 총리의 발언이 기존 입장에서 진전된 입장은 아니다. 앞서 기시다 총리는 지난해 5월 1998년에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일본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고, 윤 대통령과 정상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도 "(강제징용)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이 매우 고통스럽고 슬픈 일을 겪으셨다는 것에 마음이 아프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이 지난해 3월 발표한 일제 강제동원 해법인 '제3자 변제안'에 대해서도 한일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 방안은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한일 민간의 자발적 기여로 마련한 재원을 통해 소송에서 배상 확정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 대신 배상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내용인데, 기시다 총리는 이번 만남에서도 뚜렷한 호응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선 야당을 중심으로 비판이 쏟아졌다. 양 정상이 수차례 만남을 통해 한일관계 발전을 외쳤지만 정작 중요한 과거사 문제에서는 한발짝도 진전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한민수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국회 브리핑에서 "윤석열 정부가 아무리 포장한들 퍼주기 외교가 성과로 둔갑할 수는 없다"며 "퇴임을 앞두고 방한한 기시다 총리는 끝끝내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진정성 있는 사과 한마디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일본에서 얻어낸 소품 수준의 기념품을 성과라고 포장하지 말라"며 "대한민국이 물컵의 반을 채우면 일본이 나머지 반을 채울 것이라던 윤 정권의 희망 사항은 헛된 희망으로 끝났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청와대 본관에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인 유코 여사와 차담을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6일 청와대 본관에서 방한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 부인 유코 여사와 차담을 나누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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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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