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를 분실했다고 허위 신고한 50대 남성이 사기미수 혐의로 징역 8개월형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남성은 카지노에서 2억원을 잃은 뒤 돈을 가로채기 위해 이 같은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모씨(52)는 지난해 3월 제주도의 한 호텔 카지노에서 바카라 게임을 하다가 2억원을 잃었다.
통상적으로 국내 카지노에는 외국인이나 해외 영주권을 가진 내국인만 입장할 수 있는데, 구씨는 지난해 1월 지인 A씨와 해외 영주권 발행 계약을 맺고 오세아니아의 섬나라 ‘바누아투’의 영주권을 취득했다.
그러자 구씨는 카지노에서 칩으로 교환하는 데 썼던 2억원치 자기앞수표를 분실했다고 신고하고 서울서부지법에 공시최고를 신청했다. 공시최고는 수표나 어음을 갖고 있는 이가 법원에 그 소지 사실을 신고하도록 공고하는 것을 뜻한다.
한 달 후 구씨가 건넸던 수표를 소지한 A씨가 권리 신고를 했고, 서울서부지법은 같은 해 8월 구씨의 권리를 보류하는 보류부 제권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구씨는 수표를 분실한 사실이 없음에도 신고를 해서 2억원을 가로채려 한 혐의(사기미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씨는 재판 과정에서 “사기도박을 당했고, 이를 입증하기 전까지 A씨나 카지노 측이 수표금을 사용하는 걸 막기 위해 분실 신고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급 정지를 위해 공시최고를 신청했다고 해도 제권판결을 받게 되면 A씨 또는 카지노 측이 수표금을 지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점, 그로 인해 자신이 이익을 취하게 된다는 것을 구씨가 인식했다는 것이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단독 마은혁 부장판사는 “구씨에게 편취의 범의 또는 적어도 미필적 고의가 있었다고 충분히 인정된다”며 지난달 28일 구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어 “구씨의 범행은 죄질이 좋지 못하기에, 피고인은 이에 걸맞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씨의 범행이 미수에 그친 점, 구씨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넘어서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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