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전국전몰자 추도식'에서 일본의 과거 아시아 국가에 대한 가해 사실이나 반성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지난해 표현을 다시 썼다.
기시다 총리는 일본 패전일인 15일 도쿄 일본무도관에서 열린 추도식 식사에서 "전쟁의 참화를 다시 되풀이하지 않겠다"며 "이 결연한 맹세를 세대를 넘어 계승, 관철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시다 총리는 "아직도 비참한 싸움이 끊이지 않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일본)는 법의 지배에 기초한 자유롭고 열린 국제질서의 유지·강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전후 우리나라는 일관되게 평화국가로서 행보를 이어왔고 역사의 교훈을 깊이 가슴에 새기며 세계 평화와 번영에 힘써왔다"고도 말했다.
이로써 기시다 총리는 2021년 10월 취임 이후 3년간 이 행사에 참석하면서 일본의 가해 사실이나 반성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총리직을 끝내게 됐다.
2022년과 2023년에도 일본의 가해사실이나 반성을 언급하지 않은 기시다 총리는 내달 차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하기로 해 올해 추도식이 총리로서 참석하는 마지막 행사다.
과거 일본 총리들은 패전일에 이웃 나라가 겪은 피해를 언급하고 반성의 뜻을 표명했으나 2012년 12월 아베 신조 총리 재집권 이후 이런 관행이 끊겼다.
호소카와 모리히로 전 총리는 일본이 일으킨 침략 전쟁으로 타국이 입은 피해를 1993년에 패전일에 처음으로 언급했다.
호소카와 총리는 당시 "아시아의 가까운 여러 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의 모든 전쟁 희생자와 그 유족에 대해 국경을 넘어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한다"고 전몰자 추도식에서 말했다.
1994년 무라야마 도미이치 당시 총리는 "아시아를 비롯한 세계의 많은 사람에게 필설(筆舌·글과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비참한 희생을 초래했다"며 "깊은 반성과 함께 삼가 애도의 뜻을 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베 전 총리가 재집권 후 첫 패전일인 2013년 8월15일 일본이 타국에 피해를 준 사실과 반성의 뜻을 표명하지 않은 것을 시작으로 이후 가해와 반성의 표현은 사라졌다.
반면 나루히토 일왕은 이날 식사에서 "과거를 돌아보고, 깊은 반성 위에 서서 다시 전쟁의 참화가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작년과 마찬가지로 '반성'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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