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코로나19 방역 지침을 어기고 집회를 강행한 혐의로 기소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이사가 벌금형의 집행유예를 확정받았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전 대법관)는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변씨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의 판단에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채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해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감염병예방법 위반죄의 성립, 집회 금지 통보 절차, 집회의 자유, 비례원칙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변씨의 상고를 기각한 이유를 밝혔다.
변씨는 2020년 2월22일 오후 1시30분부터 오후 2시25분까지 서울 중구 모 빌딩 앞 인도에서 '미디어워치 독자모임' 명목의 집회를 개최하고 참가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서울시의 집회금지 조치를 어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집회 하루 전날 고(故) 박원순 당시 서울시장은 해당 빌딩 앞을 포함해 광화문광장, 청계광장, 서울광장 등 도심 내 집회 제한 조치를 하며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위 집회 및 사용 금지 대상 장소에 집회 제한을 알리는 다수의 현수막, 입간판을 설치하거나 인쇄물을 부착하는 등 미리 주민에게 이를 알렸다.
또 집회 당일인 2020년 2월22일 낮 12시43분 집회 장소인 빌딩 앞에서 서울시청 소속 공무원이 변씨에게 2020년 2월21일자 서울시장의 집회금지 통보 공문을 교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변씨는 배우 조덕제(본명 조득제)씨와 또 다른 참가자 A씨와 함께 약 50명이 참가한 집회의 연단에 차례로 올라 정부를 비판하면서 '집회금지 명령이 부당하다'는 취지 등의 발언을 했다. 또 다른 참가자 B씨는 무대 뒤편에서 음향을 조절하는 등 집회 관리를 맡았다.
검사는 변씨와 조씨, A씨, B씨를 방역지침을 위반해 집회를 개최하거나 참가한 감염병예방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감염병예방법 제49조(감염병의 예방 조치) 1항은 보건복지부장관이나 시도 지사, 시장, 구청장 등이 감염병 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면서 2호에서 '흥행, 집회, 제례 또는 그 밖의 여러 사람의 집합을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것'을 열거하고 있다.
그리고 이 같은 장관이나 지방자치단체장이 취한 조치를 위반할 경우 같은 법 제80조(벌칙) 7호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된다.
2022년 8월 1심 법원은 변씨에게 벌금 150만원, 조씨에게 벌금 50만원, A씨와 B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재판에서 변씨는 "적법한 집회 금지 통보가 이뤄지지 않았다"며 무죄를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집회 전날 시장의 긴급 기자회견이 있었던 데다가 기자회견 내용이 언론을 통해 보도됐고, 서울시 담당 공무원이 문제가 된 집회의 질서유지인 중 한 명에게 문자메시지를 통해 집회개회 금지를 통보한 점, 집회 개최 당일 집회금지 공문을 직접 변씨에게 제시한 점 등을 근거로 변씨 등이 집회 개최 전 서울시장의 집회 개최 금지 조치를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에게 위 집회금지 공문이 적법하게 송달됐는지 여부는 이 사건 감염병예방법 위반죄의 유·무죄를 판단하는 데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나아가 재판부는 행정절차법상 행정청이 당사자에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익을 제한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 미리 처분의 내용 및 법적 근거 등을 당사자에게 통지해야 하지만 공공의 안전 또는 복리를 위해 긴급히 처분을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는 그러한 사전 통지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예외를 인정하고 있는 점을 들어 "설령 서울시장이 이 사건 조치 및 집회금지 통보와 관련해 사전 통지를 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판부는 변씨 등이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집회금지 통보를 위반해 집회를 개최하거나 집회에 참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집회금지 통보가 집회 개최 직전에 긴급하게 이뤄진 점 ▲피고인들의 집회금지조치 위반으로 인해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위험이 크게 현실화되지는 않은 점 등을 양형에 고려해 벌금액을 산정, 100만~15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다만 조씨의 경우 범행을 인정한 점과 이번 사건의 1심 판결이 선고되기 전 징역형이 확정된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와 동시에 재판받았을 경우와의 형평을 고려해 벌금 50만원을 선고했다.
조씨는 항소하지 않아 1심 형이 확정된 반면 변씨를 비롯한 나머지 세 사람은 항소했다.
2심 법원 역시 변씨와 A씨, B씨가 집회금지 조치를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하고도 집회 개최를 강행했다는 1심 법원의 유죄 판단에는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문제가 없다고 봤다.
다만 1심이 내린 형은 다소 과하다고 판단, 변씨 등의 양형부당 주장에 이유가 있다고 보고 세 사람에 대해 벌금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재판부는 변씨에게 벌금 15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A씨와 B씨에게는 각각 벌금 100만원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신고했던 이 사건 집회에 대한 집회금지 통보가 집회 개최 직전에 긴급하게 이뤄졌고, 피고인들은 미필적 고의로 이 사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피고인들은 이 사건 집회를 길지 않은 시간 내에 마무리하려 노력했던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들의 집회금지 조치 위반으로 코로나19 감염병 확산의 위험이 크게 현실화됐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 밖에 피고인들의 나이, 성행, 환경, 범행의 동기, 범행의 수단과 방법, 범행 후의 정황 등 기록과 변론에 나타난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원심의 형은 다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밝혔다.
변씨는 다시 상고했지만 대법원은 이 같은 2심 법원의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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