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저가폰 인기 영향? 애플 AI 서비스 출시 미뤘다

가성비 따지며 지출 줄이는 미국 소비자
199달러 짜리 영국 '나씽폰' 인기몰이
저가형 브랜드에 가격인하 압박 가능성

애플이 인공지능(AI) 서비스 대중화 시기를 늦추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경기 침체 그림자가 드리워지면서 미국에선 중저가 가성비폰이 인기를 끄는 것과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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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IT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AI 서비스 ‘애플 인텔리전스’는 내달 출시 예정인 아이폰16에 탑재되지 않고, 오는 10월부터 운영체계(iOS) 업데이트를 통해 순차적으로 도입될 것으로 보인다. 또 애플의 고급 AI 기능이 유료화되는 시점은 빨라야 2027년으로 전망된다고 한다. AI 기술 개발에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지만 AI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려면 몇 년을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 경기 상황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코트라(KOTRA)는 최근 지출을 줄이는 미국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가성비 높은 중저가 스마트폰에 대한 선호가 높아졌다는 해외시장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글로벌 금융 서비스 기업 ‘웰스파고’가 전국의 미국 성인 34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3분의 2 가량(67%)이 경제적인 이유로 지출을 줄였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35%만이 저축이나 투자를 하고 있다고 답했고, 여유자금이 거의 없다고 답한 응답은 62%에 달했다.

코트라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미국 소비자들의 다운트레이딩 행태가 포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운트레이딩(downtrading)이란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이 고품질의 프리미엄 제품에서 하위 브랜드의 저가형 제품으로 소비를 전환하는 행동을 말한다.

나씽폰 시리즈 [출처=나씽 공식 홈페이지]

나씽폰 시리즈 [출처=나씽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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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CMF사의 ‘나씽폰(Nothing Phone)’이 대표적인 사례다. 지난해 말 미국 시장에 처음 선보인 이 199달러(한화로 약 27만원)짜리 스마트폰은 품절사태를 일으킬 만큼 인기를 끌었다. 저렴한 가격과 세련된 디자인, 프리미엄 제품에 비해 크게 뒤지지 않는 성능으로 호응을 얻었다.


CMF는 스마트워치(69달러), 무선 이어폰(49달러) 등 디지털 기기를 선보이면서 자체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세 제품을 모두 합쳐도 300달러대로, 아이폰15 프로 128GB 모델 한대 금액의 3분의 1 수준이다. 애플은 내년 출시 예정인 보급형 모델인 아이폰SE4에 애플 인텔리전스 지원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스마트폰에서 벗어난 새로운 AI 폼팩터(기기 형태)들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래빗의 포켓 사이즈 AI 기기 ‘R1’은 199달러로 소셜미디어나 영상 감상 등 엔터테인먼트 기능에서 벗어나 예약, 주문 등 AI 개인비서 역할에 집중한 제품이다. 미국 스타트업 휴메인이 지난해 공개한 ‘AI 핀’은 디스플레이가 없는 대신 음성과 터치, 카메라로 작동하는 새로운 개념의 폼팩터다.

코트라는 "아직 프리미엄 모델들이 여전히 우세할지라도, 저가형 신생 브랜드들은 시장 전체에 가격 대비 성능과 품질이 강화되도록 압박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보경 기자 bkly47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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