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은 공자가 영욕(榮辱)을 경험했던 시기였다. 쉰이 되면서 노나라의 대사구(大司寇·형법을 관장하는 벼슬)가 되어 뜻을 펼칠 지위를 얻었지만, 곧 실각하고 만다. 뜻을 이루기 위해 14년간 천하를 유랑하면서 많은 나라를 방문하고 왕들을 만났지만 함께할 나라는 찾지 못했다. 무력과 전쟁의 시기에 예와 사랑으로 나라를 다스리자는 공자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는 공허한 생각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공자는 굶어 죽을 위기도 겪었고, 도적으로 몰려 살해 위협을 받기도 했다. 심지어 '상갓집 개와 같다'는 치욕적인 비난을 스스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처절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천명은 이와 같은 수많은 고초의 경험을 쌓고 난 다음에 이룰 수 있는 경지다.
천명(天命)을 말 그대로 해석하면 '하늘의 명령'이다. 따라서 사람의 노력으로는 바꿀 수 없다. 단지 우리는 과정에 최선을 다할 뿐, 그다음 결과는 하늘의 뜻을 기다려야 한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 말해주는 바와 같다. 원하는 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만 최선을 다해도 일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待天命)는 말이 바로 그런 뜻이다. 천명이란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할 수 없는 운명과도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다산 정약용은 이렇게 핵심을 찌른다.
"화와 복의 이치에 대해서는 옛날 사람들도 의심해온 지 오래되었다. 충효를 행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화를 면하는 것도 아니고, 음란하고 방탕한 자라고 하여 반드시 박복한 것도 아니다. 그러나 선을 행하는 것이 복을 받는 도가 되므로 군자는 부지런히 선을 행할 뿐이다."
다산의 통찰이기에 더욱 공감이 간다. 정조의 총애를 받으며 마흔이 채 안 된 나이에 형조판서를 대행하는 높은 벼슬에 올랐지만, 정쟁에 휘말려 18년간의 귀양을 떠나야 했던 그의 삶이 곧 증명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리 선하게 살아도 고달프고, 악을 행하는 나쁜 사람이 잘되는 것을 보면 사람들은 '하늘의 뜻'을 의심하게 된다. 하지만 삶에서 행복이란 외적인 환경에 의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조윤제, <신독, 혼자 있는 시간의 힘>, 비즈니스북스, 1만7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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