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 삽관'이 쉬워보였나…PA간호사 업무 어디까지?

전공의 이탈 대안 '간호법' 통과 임박
수술 동의서 받고 교수 아이디로 처방까지
저숙련자 시행 시 환자 사망할 수도

"PA간호사라고, 환자의 목에 간단하게 삽관 정도만 할 수 있는 수술보조 간호사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지난 9일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간호법 제정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가 의료계의 뭇매를 맞았다. 호흡이 힘든 응급환자의 대처에 꼭 필요한 '기관 내 삽관'을 마치 손쉽게 할 수 있는 간단한 술기인 양 언급한 탓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보도자료까지 내고 '국민 건강과 생명을 가벼이 여기는 망언' '의료에 대한 무지함이 여실히 드러난 몰지각한 정치인의 발언'이라고 비난하며 크게 분노했다.

이에 아시아경제가 논란이 된 기관 삽관이 어떤 의료 행위인지, 현재 간호법 논의 과정에서 쟁점이 되는 진료지원(PA·Physician Assistant) 간호사의 업무 범위는 어디까지, 어떻게 정해야 할지 심층적으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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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단한 술기 아냐"… 환자 위해 등 부작용 우려

정부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서 비롯된 현 의료 사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상급종합병원을 '전문의 중심 병원'으로 바꾸는 구조 전환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전공의들의 빈 자리를 대체하기 위해 PA간호사를 허용하는 내용의 간호법 제정안이 이달 중 국회를 통과할 것이 유력시되고 있다.


PA간호사 제도는 간호사가 의사로부터 가능한 업무 중 일부를 위임받아 진료보조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이전에도 인력난에 시달리던 상당수 병원은 사실상 의사를 대리하는 PA간호사를 암암리에 운영해왔다. 하지만 PA간호사는 의료법상 존재하지 않는 인력이고, 이들이 하는 의료 행위 또한 현재까지는 모두 불법이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 초 전공의 사직 사태 이후 PA간호사의 역할은 더욱 늘어나 지난 6월 말 기준 활동 중인 PA간호사는 1만45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의료계는 간호사가 위임받을 수 있는 업무 중 일부는 일견 간단해 보이지만 저숙련자가 잘못 시행할 경우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앞서 언급한 기관 삽관이 대표적인 경우다.


기관 삽관은 기도 유지가 필요하거나 인공호흡기 치료가 필요한 환자에게 기관 내 튜브를 삽입해 기도를 확보하는 시술이다. 통상 호흡곤란을 겪어 짧으면 몇분, 길게는 수 시간 내 사망할 것으로 보일 때 폐 기능을 대신하는 용도로 시행한다. 후두·호흡기와 관련된 의료 행위로, 관련 과인 마취과 혹은 두경부외과 전문의가 삽관하는 경우에도 구조적인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는 전문 의료행위로 알려져 있다. 전신 마취가 필요할 때나 응급 상황 등 환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빈번하게 시행되기 때문에 삽관 이후 전문의의 즉각적인 후속 조치, 호흡기 및 순환기 계통의 전반적인 치료가 이뤄져야 한다.


기관 삽관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수없이 많은 변수를 감당해낼 수 있어야 하는 업무이기도 하다. 삽관에 능한 관련 과 전문의라도 환자의 입을 열기 전까진 구체적인 상황을 알 수 없다고 의사들은 이야기한다. 이 때문에 간호사나 전공의뿐 아니라 타과 전문의조차 쉽게 할 수 없는, 결코 쉬운 시술이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한 종합병원 응급실 진료과장 A씨는 "기관 삽관은 한 번에 성공하지 않으면 저산소성 뇌 손상이나 사망에 이를 정도로 중요한 처치"라며 "(PA 간호사가) 시도 후 안되면 마취과 전문의에게 부탁하면 되지 않냐고 할 수도 있지만, 한번 실패할 때마다 관이 기도 주변을 긁어놔 삽관의 난도가 더 올라가고 삽관을 시도하는 1~2분 동안 환자는 숨을 더 쉬지 못하기 때문에 기도 삽관 실패 자체가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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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수 없는 업무는 허용하면 안 돼"…간호계도 반대

삽관뿐 아니라 '초음파'와 '전립선 마사지' '배액관 관리 및 제거' '응급상황 심폐 소생술' 등도 얼핏 간단해 보이지만 위험성이 큰 술기여서 이를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에 포함할 수 있을지 상당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게 의료계의 설명이다.


A 과장은 "몇몇 처치 행위의 난이도 자체는 쉬울 수 있다. 소독하고, 초음파를 보고, 심전도를 찍고, 봉합하는 행위 등은 조금만 교육을 받으면 간호사도 따라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100건 중 단 한건이라도 적절하지 않은 처치, 적절하지 않은 판단을 할 경우 환자 위해가 100% 발생하게 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일례로 초음파를 봤는데도 응급 상황임을 즉각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환자에게 가게 된다"며 "반드시 책임질 수 있고 응급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이 시행해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앞서 대한간호협회가 지난 2월 간호사들을 대상으로 병원 내 부당한 의료 행위 지시에 대한 신고를 접수한 결과, 치료 및 수술 동의서 작성부터 카테터 제거, 수술 부위 드레싱, 컴퓨터단층촬영(CT) 조영제 검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 수혈 등은 물론 교수 아이디를 사용해 약물 처방까지 했다는 신고가 잇따랐다. 한 병원의 경우 PA간호사에게 항암 환자의 케모포트(심장 근처 큰 정맥에 삽입하는 관) 주사 삽입을 지시하기도 했는데, 이 역시 국소 마취와 피부 절개가 필요한 의료 행위여서 반드시 간호사가 아닌 의사가 해야 한다.


채동영 의협 홍보이사는 "기관 삽관과 응급상황 심폐소생술, 응급약물 투여, 중심정맥관 삽입, 말초삽입 중심정맥카테터 등은 실질적으로 의사들도 관련 전문의가 아니면 조심스러운 술기로 분류하고 있다"며 "(간호법 통과로) 나타날 부작용과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와 일선 의료 현장의 의료진에게 전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간호업계도 PA간호사의 적정 업무 범위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이들은 간호법 제정을 환영하면서도, 간호사가 할 수 없는 업무는 분명히 구분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 관계자는 "간호사가 할 수 없는 행위를 법적으로 허용하면 의료사고가 발생했을 때 불가피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수 있다"며 "향후 시행령 등을 만들 때 간호사 역량 내에서 할 수 있는 업무만을 PA 업무로 규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은 현재 간호법이 PA간호사의 업무 범위와 책임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의협 관계자는 "지난해 의료계와 복지부가 간호사의 업무와 관련해 논의했지만, 의대 증원 문제가 불거지며 협의가 마무리되지 못했다"며 "(어떤 진료 행위를) 간호사가 할 수 있는지와 그 위험성 등에 대해 충분한 논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태원 기자 peaceful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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