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가하고 있는 국내 거주자 외화예금이 금융불안 상황에서 시장 안정에 기여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13일 한국은행의 '거주자 외화예금의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정부의 거시건전성 강화 노력 등으로 대외 차입금이 감소하고 거주자 외화예금이 크게 증가했다.
2009년말 외국환은행의 주요 외화조달원(파생상품 제외) 중 외화차입 비중은 43%에 달했지만 작년 말 기준으로는 20%를 하회했다. 반대로 외화예금은 18% 내외에서 약 40%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외화예금은 대부분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다. 작년 말 기준 거주자외화예금 잔액은 보유 주체별로는 기업이 85%, 통화별로는 달러화가 83%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만기별로는 1개월 이하 단기 예금이 78%, 계좌 성격별로는 보통예금, 당좌예금 등 요구불예금이 65%를 구성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이종찬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저축 목적으로 외화예금을 보유하는 비중은 낮고, 수출입 기업 등이 대외거래에 필요한 외화를 일시적으로 예치하는 거래적 요인이 대부분인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과장은 "거주자 외화예금은 2013년 이후 증가속도가 특히 가팔라졌다"며 "이는 정부가 2012년 말 외화예금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시행한 영향"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외화예금이 증가하는 특성은 글로벌 금융시장 위기 확산 시기에 은행의 외화유동성 확보와 외화 자금시장 안정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이 과장은 "코로나 팬데믹 위기 시 파생거래 증거금 관리 등을 위한 비은행 금융기관의 외화자금 수요 급증으로 외화 자금시장이 불안정한 모습을 나타냈지만 거주자 외화예금의 유입이 지속되면서 시장안정화에 기여했다"고 강조했다.
거주자 외화예금이 국내은행을 중심으로 증가함에 따라 우리나라 단기 외화조달의 외은지점 의존도가 줄어들었고 고유동성 자산 증가로 이어져 국내은행의 외화자산, 부채구조가 개선되는 효과도 있었다. 낮은 조달금리는 국내은행의 수익성에도 긍정적이다.
한국의 총수신 대비 외화예금 비중은 작년 말 기준 5.4%로 관련 자료가 있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1개국 평균 20.1%에 비해 낮은편이었다.
이에 따라 보고서는 거주자외화예금 확대 정책이 지속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거주자 외화예금 확대가 국내 신용창출에 미치는 영향, 수출입기업의 예비적수요 조정이 현물환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해서는 부작용이 있는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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