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를 마치고 업무에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이 '방송4법'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광복절 사면·복권안 재가 등 굵직한 현안 처리를 앞두고 있다.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야당의 거부권 비판 공세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의 복권을 둘러싼 '윤·한(윤석열·한동훈) 갈등' 재발 조짐도 보여 이번 주 윤 대통령의 정치력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 파인그라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전·현직 지도부 초청 만찬에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등과 함께 걷고 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원본보기 아이콘지난주 여름휴가를 다녀온 윤 대통령은 11일 신임 검찰총장에 심우정 법무부 차관을 지명하면서 본격적으로 업무를 재개했다. 심 후보자는 윤석열 정부 두 번째 검찰총장으로, 윤 정부 후반기 검찰 조직을 이끌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수사를 고려해 '특수통'보다는 '기획통'으로 분류되는 심 후보자를 선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광복절 특사·복권안 처리도 앞두고 있다.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통과시킨 사면·복권 대상자엔 김경수 전 지사와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이 포함됐다. 이 중 김 전 지사를 두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대통령실 사이 의견이 다소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에 따르면 한 대표는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으로 유죄를 확정받은 김 전 지사가 반성 없이 복권돼 정치판으로 복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의사는 대통령실에도 여러 경로로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여권 일각에선 한 대표가 대통령의 사면권과 관련해 반기를 드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온다. 대통령실 역시 "아직 결정된 게 없다"면서도 "사면·복권은 대통령 고유 권한"이란 입장이어서 추후 '윤·한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윤 대통령과 한 대표 모두 거대 야당에 맞서기 위해선 당정이 결합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어, 확전은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사람은 지난달 30일 대통령실에서 1시간30분 동안 회동하며 당의 화합과 결속을 논의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이 국민의힘 당직 인선이 마무리되면 관저에서 만찬을 하자고 말한 만큼 조만간 회동이 성사될 수도 있다. 광복절 특사·복권안은 윤 대통령 재가와 오는 1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확정되기 때문에 이 전후 시기가 확전 여부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방송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과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민생회복지원금 특별조치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안)' 등에 거부권도 행사할 방침이다. 방송4법의 경우 지난달 30일 정부로 이송됐기 때문에 오는 14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늦어도 주 초반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가능성이 크다. 나머지 두 개 법안은 13일 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될 것으로 보인다. 20일까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은 이번 주 대통령실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 내외와 만찬도 한다. 정부 출범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전 대통령을 초청해 만찬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 대통령은 국가 원로인 이 전 대통령에게 국정 운영에 대한 조언을 구하고 여러 현안도 논의할 전망이다. 특히 재임 당시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사업을 수주한 경험이 있는 이 전 대통령과 원전 사업 관련 이야기도 나눌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윤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식에서 내놓을 메시지도 계속 검토하고 있다. 이번 경축사에서는 '새로운 통일 담론'을 공개할 예정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현재 정부는 김영삼 전 대통령이 1994년 광복절에 제시한 민족공동체통일방안을 유지 중인데, 윤 대통령은 여기서 보완된 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새 통일 담론은 인권, 자유, 법치 등 자유민주주의적 가치를 더욱 반영할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제안한 '영수회담'에 대한 입장도 조만간 정리한다. 대통령실은 "국회 정상화가 먼저"라며 다소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이재명 전 대표의 연임이 확정되면 정치적 득실을 따져 새로운 입장을 정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은 이달 말에는 브리핑을 열고 교육·노동·연금·의료와 저출생 문제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휴가 중에도 핵심 국정 과제를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