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화가'로 불리는 예술가 뱅크시가 런던 곳곳에 그려놓은 벽화를 잇달아 공개하면서 현지 시민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뱅크시는 이날 런던 동부의 구제 패션 거리인 브릭 레인에서 기차가 지나다니는 다리 벽면에 그네를 타는 원숭이 세 마리가 담긴 벽화를 남겼다. 뱅크시는 이후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해당 벽화가 자기 작품임을 인증했다. 뱅크시의 깜짝 등장에 벽화 앞에 모인 사람들은 '인증샷'을 찍어 올리고 있다.
앞서 뱅크시는 전날에도 런던 첼시의 에디스 테라스에 있는 주거용 건물에 두 마리의 코끼리가 막힌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있는 모습을 담은 벽화를 공개했다. 또 지난 5일에는 런던 남서부 리치먼드의 큐 브릿지 인근 건물 벽에 염소 모습의 벽화를 남기기도 했다.
뱅크시는 이번에 공개한 작품 3점에 대해 아무런 설명을 남기지 않아 작품의 의미에 대한 궁금증은 더욱 커지고 있다. 특히 뱅크시가 이처럼 매일같이 벽화를 그려놓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볼 수 있다.
뱅크시 전문가인 제임스 피크는 BBC 방송에 "뱅크시가 다음 벽화를 어디에 공개할까? 아무도 모를 것"이라며 "다만 여기 사람들 모두가 이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피크는 BBC 라디오 시리즈 '더 뱅크시 스토리'를 제작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이번 동물 벽화를 '런던 동물원 연작'이라고 부르며 최근 영국을 어수선하게 만든 극우 폭도들을 동물에 빗댄 것이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또 첫날 공개된 염소가 팔레스타인에서 자주 보이는 가축이라는 점에서 가자전쟁으로 고통받는 팔레스타인 민간인과 연대를 표시하는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한편 본명이나 신원이 알려지지 않은 뱅크시는 영국은 물론이고 세계 곳곳에 메시지를 담은 벽화를 남겨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화가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작품에 대한 사진을 올려 자신의 진품이 무엇인지 인증한다. 뱅크시의 작품은 최소 수 만달러에서 수십, 수백만 달러에 판매된다. 2021년 소더비 경매에서 뱅크시의 '사랑은 쓰레기통에'라는 작품은 1870만 파운드(약 327억)에 낙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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