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들의 범죄행위가 사건의 주된 원인이지만, 피해자들의 수익 욕심도 일부 원인이 된다."(2021년 11월24일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판결)
"사업성과 수익성을 제대로 검토해보지 않은 채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욕심으로 투자를 결정한 측면이 있다."(2022년 9월23일 수원지법 판결)
아시아경제 증권자본시장 특별취재팀은 7월 중순 '코인사기공화국-그들은 치밀했다' 기획기사를 게재했다. <1>한국은 왜 코인사기공화국이 됐는가 <2>그들은 교묘하고 치밀했다 <3>가족은 해체됐고 노후자금은 날아갔다 <4>'무법지대' 코인 범죄 막기 위해선 등 4개의 큰 주제로 총 10개의 단독 기사를 내보냈다. 반응은 뜨거웠다. 기사마다 수백여개의 댓글과 응원이 달렸다. 제보 메일도 쏟아졌다. 사기 조직, 사기 피해 등을 제보하고 싶다는 이들이 너무도 많았다. 이 같은 제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코인 투자 사기가 하루가 멀게 계속 생겨나고 있다는 뜻이다.
취재 과정에서 만난 피해자들은 손가락질을 두려워했다. 욕심이 많고 멍청하다는 비난을 받는다고 했다. 피해자의 탐욕과 무지를 꾸짖는 것은 형사판결문에도 엿볼 수 있다. '코인'과 '다단계'가 중심 키워드로 담긴 국내 형사판결문 162건(2021년 이후 전체 확정 판결문)을 확보해 분석했는데, 판결문 셋 중 하나가 '피해자의 허황된 욕심'을 지적했다. 피해자들이 자신의 돈을 투입하면서도 사업에 대한 신중한 검토를 거치지 않은 점을 언급한 판결도 다수 확인됐다. 전체 판결문 중 53건(32%)이 이 같은 피해자의 책임을 피고인의 유리한 양형요소로 판단했다.
대한민국은 이미 코인사기공화국으로 전락했다. 소는 이미 잃었다. 그런데도 피해자의 무지와 탐욕탓만 하며 외양간을 고칠 생각이 없다. 그들의 탓만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특별취재팀이 파헤친 코인 사기 조직은 교묘하고 치밀했다. 철저한 시스템으로 움직이는 그들은 전국에서 조직적으로 사기 행각을 벌였다. 걸려들면 빠져나올 수 없었다. 사기 조직이 활개를 치지 못하도록 정부 기관의 선제·능동적 대처를 위한 법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코인 사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전기통신금융사기 피해 방지 및 피해금 환급에 관한 특별법(통신사기피해환급법)' 재개정이 절실하다. 코인 사기를 인지한 즉시 관련 계좌에서 출금을 정지해야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어서다. 현재로선 피해자들은 사기를 뒤늦게 알아채도 돈이 인출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보고만 있어야 한다. 코인 다단계 사기에 가담한 판매원에 대한 처벌 규정이 마련되지 않아 사기 피해가 근절되지 않는 만큼 방문판매법 개정도 필요하다.
처벌도 강화해야 한다. 코인 사기 조직은 조직적으로 동시에 여러 사기를 기획하는 경우가 많은데다, 온라인을 통해 피해자가 빠르게 느는 특징이 있기에 대체로 피해 금액이 큰 만큼 양형을 강화해야 한다. 코인 사기의 주 무대인 '불법 해외 거래소'에 대한 규제도 필요하다. '불법 해외 거래소'가 정부 기관 간 책임 떠넘기기 속에서 2년 넘게 방치되는 등 정부 규제 공백 속에서 국내 사기 조직과 결탁해 대규모 피해를 양산했다. 코인 사기 피해자를 모집하는 국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 플랫폼 자율규제도 강화돼야 한다. 이렇듯 우리는 외양간을 어떻게 고칠지 알고 있다. 무지와 탐욕을 책임질 수는 없는 노릇이라며 손을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코인 사기 범죄를 억제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추진해야 할 때다. 전 국민이 코인 사기로 골병들기 전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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