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수고 녹이고 캐내는 시대 옛말…휴대폰 금, 바로 뽑아낸다

전자 폐기물에서 금만 뽑아내
다시 골드 바로 만들어 판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 중 하나인 영국 '왕립 조폐국(Royal Mint)'이 세계 최초로 전자기기에서 대량의 금을 추출해 골드 바로 재활용하는 공장을 열었다.


골드 바. [이미지출처=픽사베이]

골드 바. [이미지출처=픽사베이]

원본보기 아이콘

영국의 동전 제조사이자 세계 최대의 골드 바 생산 기업인 왕립 조폐국은 앞으로 금광에서 새 금을 캐기보다는 폐기된 전자기기에서 금을 재활용하는 방식으로 골드 바를 만들 예정이다.

영국 BBC는 7일(현지시간) 조폐국이 웨일스 지방에 설립한 금 추출 공장을 공식적으로 가동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공장은 폐기된 전자제품에서 금을 추출할 수 있는 특수한 처리 장비와 기기들을 탑재하고 있으며, 100% 가동될 경우 매년 4000t의 전자 폐기물을 재활용할 수 있다.


전자기기 기판 안에는 일정량의 금이 함유됐다. [이미지출처=왕립 조폐국 유튜브]

전자기기 기판 안에는 일정량의 금이 함유됐다. [이미지출처=왕립 조폐국 유튜브]

원본보기 아이콘

통상 전자제품, 통신장비 등에는 소량의 금이 함유돼 있다. 금은 전도성이 높아 전기를 원동력으로 삼는 전자기기에 안성맞춤인 데다, 공기 중에 산화하지 않아 장기간 사용할 수 있다. 우리가 구입하고 버리는 스마트폰, 컴퓨터, TV 등의 전자 기판에는 예외 없이 금이 들어있다.


문제는 전자기기 생산량이 늘면서 폐기물로 버려지는 기판도 폭증했다는 데 있다. 금 채굴 비용은 갈수록 증가하는데, 기판 속에 함유된 채 영원히 버려지는 금도 늘어난다는 역설적인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전자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장 생산 라인 [이미지출처=왕립 조폐국 유튜브]

전자 폐기물을 처리하는 공장 생산 라인 [이미지출처=왕립 조폐국 유튜브]

원본보기 아이콘

이 때문에 조폐국은 지난 수년간 전자기기에 들어간 금을 추출하는 기술을 연구해 왔다. 그 결과 탄생한 신규 공장은 반도체나 기판에서 금만 뽑아낼 수 있다. 전자 폐기물이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먼저 가열한 뒤, 코일이나 캐퍼시터·핀·트랜지스터 배열 등 구성 요소를 잘게 자르고 걸러낸다.


이후 구성 요소 중에 금이 함유된 폐기물만 따로 보관해 특수 화학 용액 안에 집어넣는다. 이후 용액이 화학 반응을 일으키면서, 금속 안에서 금만 스며들어 나와 가루 형태가 된다. 이 가루를 다시 용광로에서 가열해 금덩어리로 만든다.


금이 스며든 불순물 용액. 해당 용액을 재처리한 뒤 걸러내면 분말화된 금이 나온다. [이미지출처=왕립 조폐국 유튜브]

금이 스며든 불순물 용액. 해당 용액을 재처리한 뒤 걸러내면 분말화된 금이 나온다. [이미지출처=왕립 조폐국 유튜브]

원본보기 아이콘

폐기물에서 금을 추출하는 공정은 이전에도 존재했지만, 문제는 처리할 때 너무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 채산성이 낮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새로운 화학 용액을 사용하는 금 추출법은 에너지 소모량이 매우 낮아 대량 처리에 용이하다.


BBC에 따르면 왕립 조폐국은 앞으로 매년 4000t의 전자 폐기물을 녹여 총 450㎏의 금을 생산할 예정이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연간 2700만파운드(약 471억원)의 수입에 해당한다.


또 조폐국은 금 추출을 넘어 반도체나 회로기판에 쓰인 알루미늄, 구리, 주석, 강철 등 다른 가치 있는 금속도 재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